저금리로 세제혜택상품도 예금 대신 투자상품으로 가입하는 사람이 늘면서 퇴직연금·연금저축펀드의 설정잔고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달 중 전체 펀드 설정액이 1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다만 퇴직연금의 채권형 쏠림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퇴직연금·연금저축펀드의 전체 설정액은 각각 7조7528억원, 7조1980억원으로 총 14조9507억원을 기록했다. 두 펀드의 설정액 증가세를 감안하면 연말에는 1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퇴직연금펀드에는 2조670억원, 연금저축펀드에는 1조4449억원의 자금이 새로 유입돼 각각 사상최대규모를 기록했다.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은 연말정산에서 세액공제로 일정액을 환급받으면서 다양한 투자수단에 납입할 수 있어 노후자금을 만드는데 가장 효율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꼽힌다. 2015년 연말정산에서는 연금저축은 400만원까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퇴직연금계좌(IRP)에 추가로 납입하는 투자금은 700만원(연금저축 납입액 포함)까지 13.2~15.6%의 세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펀드 유입액은 공통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의 투자성향은 정 반대로 갈리고 있다. 연금저축은 주식형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해 적극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반면 퇴직연금은 여전히 채권비중이 절반을 넘는 채권혼합형에 대부분의 자금이 묶여있다.
퇴직연금펀드 가운데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주식형·주식혼합형)의 설정액은 5173억원으로 전체의 6.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저축의 주식형 상품 설정액이 5조8211억원으로 전체의 80.9%에 이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7월 퇴직연금의 원금비보장자산 편입한도를 종전 40%에서 70%로 늘리고 주식관련상품 투자를 장려했지만 여전히 전체 펀드에서 주식형 상품의 비중은 쉽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투자자의 주식투자에 대한 기피 성향이 퇴직연금에도 그대로 나타나 비중이 해외에 비해 턱없이 낮다”며 “주식투자 비중을 높이지 않고서는 노후자산을 불릴 수 없는 것은 물론 증시 발전도 어려울 것”고 말했다.
이러한 투자성향의 차이로 퇴직연금펀드와 연금저축펀드의 성과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국내외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최근 석달간 퇴직연금펀드의 평균수익률은 -1.32%였으나 연금저축펀드는 -5.51%를 기록해 투자상품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하지만 장기수익률 측면에서는 ‘KB연금가치주증권전환형’이 3년 30.83%, ‘미래에셋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연금증권전환형’이 같은기간 39.82%의 성과를 거두는 등 수익률면에서는 주식형 상품이 우위를 보였다.
올 들어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온 퇴직연금펀드는 ‘KB퇴직연금배당40’으로 6892억원이 새로 유입됐다.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업종일등40’과 ‘메리츠코리아퇴직연금’, ‘흥국퇴직연금멀티 4’에도 각각 1020억원, 878억원, 794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연금저축 가운데서는 ‘KB연금가치주증권전환형’, ‘메리츠코리아(종류C-P)’, ‘슈로더유로’ 등의 펀드가 연초 이후 각각 1111억원, 888억원
여정환 삼성자산운용 리테일운용본부장은 “최근에는 채권만 투자하는 상품보다는 일부라도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설정액이 늘어나고 있다”며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은 노후준비를 위한 상품인만큼 장기적으로 꾸준히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