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일부터 3일까지 국내 증시 공매도 금액은 1조4263억원에 달한다. 지난 7월과 8월 각각 9조9121억원과 9조7670억원어치의 공매도 거래가 이뤄져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 이 추세로 가면 9월도 7~8월에 버금가는 공매도 금액 기록이 나올 전망이다.
가장 공매도가 집중되는 종목은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삼성전자는 총 7조820억원이 거래됐다. 이 중 공매도는 7049억원으로 전체 삼성전자 거래금액의 10%를 차지했다.
지난달 코스피 전체 공매도 비중(7.18%)보다 높은 수치다. 그만큼 삼성전자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업종의 반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매도 등의 영향으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유가증권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7월 31일 삼성전자 주가는 118만5000원이었지만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27일 106만70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그 후 삼성전자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는 공감대가 확대되면서 지난 3일 112만2000원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 반등이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9월 들어서 삼성전자 공매도가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9406억원이 거래됐는데 이 중 공매도는 1257억원으로 전체 삼성전자 거래금액의 13.4%를 차지했다. 공매도 거래 비중이 지난달(10%)보다 3.4%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팽배해진 원인으로는 최근 위안화 절하와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 중국발 대외변수가 꼽힌다. 지난 1일 발표된 8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7을 기록하며 7월 수치인 50과 시장예상치 49.8을 밑돌았다. 손효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1년 넘게 빠르게 상승세를 보였던 화장품 종목들이 최근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위안화 평가 절하 여파로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업체의 3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감이 크다"고 전했다.
최근 저평가된 대표적인 대형주로 꼽히는 현대차도 여전히 공매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대차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배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지난달 3557억원의 공매도가 나타난 데 이어 9월 들어서도 486억원의 공매도가 발생하고 있다. 환율 효과로 해외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시장 부진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 현대차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분석된다. 지난 7월 초 1117.5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 3일 1190원까지 크게 올라갔고 원·엔 환율 역시 같은 기간 909.12원에서 990원으로 뛰었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현대차는 지난달 공장 판매가 36만9792대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3.3%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중장기 전망이 어둡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내수시장 점유율 때문이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내수판매 비중은 15.3%에 달해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높다"며 "평균판매단가(ASP) 역시 지역 법인 중 가장 높아 내수시장의 부진이 이어질 경우 수익성
제약업종에서는 한미사이언스의 공매도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759억원 공매도가 발생했던 이 회사는 이달 들어 벌써 212억원의 공매도가 나왔다. 최근 세무조사에서 자회사인 한미약품이 357억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는 등 악재가 계속 불거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