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들어서는 SH공사의 2차 공공분양 아파트 분양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2013년 같은 지역에 SH공사가 먼저 선보였던 1차보다 1억원이나 더 비싸기 때문이다. SH공사가 서민 주거 안정을 저버렸다는 비판과 최근 과열된 마곡 부동산 시장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가격 상승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맞선다.
1일 SH공사에 따르면 오는 7~8일 청약을 받는 마곡지구 2차 분양(8·10-1·11·12단지) 520가구 분양가는 전용면적 59㎡가 평균 4억~4억1000만원대, 84㎡는 5억2000만~5억6000만원대로 책정됐다.
앞서 2년 전 공급된 공공분양 1차(1~15단지)가 59㎡ 2억8000만~3억1000만원대, 84㎡ 3억9000만~4억4000만원에 분양했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최고 1억3000만원 오른 셈이다.
가격 상승폭이 크다 보니 올해 분양한 민간아파트 분양가마저도 뛰어넘었다. 지난 1월 마곡지구 최초 민간분양 아파트인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 마스터'가 3.3㎡당 1530만원에 공급됐는데, 2차 공공분양은 이 가격이 1600만원에 달한다. 13단지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4억9000만~5억3000만원 선으로 일부 물량은 이번에 나오는 공공물량보다 오히려 저렴하다.
시장에서는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분양하는 아파트 용지는 2년 전에 분양한 1차 단지와 바로 붙어 있거나(8단지), 한 블록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입지 차이가 거의 없는데도 1억원이나 값을 올린 것"이라며 "SH공사가 서민을 대상으로 집장사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곡지구는 공공택지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데 "이럴 거면 상한제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SH공사는 "주변 아파트 시세가 많이 오른 것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1차 공공분양 물량인 마곡엠벨리 14단지 전용 84㎡(1~10층)는 지난 6월 6억2300만원에 팔려나갔다. 이는 1년 전 4억3250만원보다 2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다른 단지 역시 84㎡는 5억원 후반~6억원 초반에 거래됐다. SH공사 관계자는 "시세보다 분양가격이 너무 낮으면 '로또 청약' 논란이 나올 거고, 그렇다고 시세를 그대로 따를 수도 없어 '시세 80%' 수준으로 분양가를 정했다"고 설명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만든 SH공사가 공공분양 아파트 분양가를 높이는 것은 오히려 주거 안정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청약 당첨 때 높은 시세차익이 뻔히 예상되는 지역에서 분양가와 시세 차이를 벌리면 일부 청약자만 이득을 보게 된다"며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