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개발 계획을 전면 검토하는 서울 용산 한남뉴타운 일대 전경. [이승환 기자] |
당장 사업 진척이 빠른 한남3구역 조합 측은 서울시의 건축심의 보류에 당황해하고 있다. 조합 측으로선 조합원 의사를 총괄해 재개발사업을 가속해왔던 터여서 조합원들의 불만이 폭발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은 "서울시가 하라는 대로 일곱 번이나 보완했는데 건축심의를 보류한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용산구 보광동, 한남동, 이태원동, 동빙고동 일대 111만205㎡에 달하는 한남뉴타운은 2003년 11월 2차 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구역별로 부침을 겪으면서 착공 단계까지 진행된 구역이 없다. 여러 구역 가운데 3구역이 가장 사업 진행 속도가 빨라 건축심의를 앞두고 있었지만 이번에 보류됐고, 구역별로 비상대책위원회가 활동하는 가운데 2011년 추진위원회를 만든 1구역은 주민 갈등으로 조합이 설립되지 못했다.
뉴타운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원주민의 재정착률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일부를 보존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보존하고, 어떻게 다른 곳에 이주시킬지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을 재검토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이태원역 주변 '이태원 관광특구'가 포함된 1·2구역은 일부 구역을 떼내는 '구역 제척' 문제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관광특구에 포함된 상가 주인들은 현재 상권이 활성화돼 있어 재개발에 반대하는 조합원이 많다.
총 조합원 1105명인 2구역은 가로변 상가의 조합원(총 186명) 중 일부가 재개발 반대를 주장하면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재정비위원회에서 구역 북측을 빼고 사업을 진행하는 방향을 검토해보도록 권고했지만 조합집행부에서 추가분담금이 늘어나고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제척을 반대하면서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에서 일부 제척으로 방향을 틀어 구역 수술에 들어간다면 구체적인 기준과 사업보완 방안에 대한 지침도 필요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관이나 역사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곳인데 2009년 한강 르네상스 차원에서 계획된 안이 지금 시점에서 유효하겠냐는 것이 핵심 문제의식"이라며 "반포와 한남대교 사이 핵심 지역이 개별적으로 진행지역과 존치지역으로 엇갈리면 경관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전체 계획을 재점검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한강변 공공성을 고려해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사회통합적 측면에서 시민들이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며 "주민들은 2009년 안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고 있는데 기존 인허가를 존중하면서도 새로이 검토할 것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3구역 조합은 서울시의 잇따른 건축심의 보류에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한남 1~5구역 중 비교적 조합원 반대가 적어 사업에 가속도가 붙은 데다 시측 요구에 충실히 맞춰 왔던 터에 서울시의 '전면 재검토'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수우 한남3구역 조합장은 "지난주에 정기총회가 있었는데 당초 예상과 달리 건축심의안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조합원들 문의가 빗발쳐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서울시 요구에 따라 모든 사항을 맞췄는데 재검토하겠다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소방차도 못 들어갈 정도로 좁은 골목에 건물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인데 조합원들 대부분이 찬성하는 상황에서 인허가를 미루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한남3구역은 높이 완화를 포함해 총 일곱 차례 수정을 거쳐 지난 5월 건축심의안을 올렸지만 시에서 '한남재정비촉진지구 전체적인 계획과의 정합성을 재검토한 후 차기 위원회에 상정하라'는 답을 들었다. 이후 6월부터 서울시 총괄계획가(MP)와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수차례 논의가 진행되면서 8월에는 심의안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에 다시 심의안이 보류됐고, 언제 심의안이 상정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박합수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남산 경관과 관련된 높이 문제는 10여 년 전 지정 때부터 서울시와 용산구청이 협의하던 부분인데 지금까지 이견을 보이다 끝내 전면 재검토를 하겠다는 것은 조합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도시 재생 차원에서도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히려 서울시의 전면 재검토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일부 구역 제척 문제로 사업이 멈춰 있던 구역들은 이번 서울시 안을 토대로 갈등 해결의 물꼬를 틀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낡은 건물을 허물고 고층 아파트촌을 만드는 기존 재개발 방식을 포기하고 주택 리모델링 등 새로운 뉴타운 사업 방식이나 고층 아파트 안 대신 구릉을 고려한 새로운 아파트 유형, 주거지, 골목 보수 방안이 마련될 가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한남뉴타운 일대는 한강이 바로 내려다보이고 뒤편 이태원 위쪽으로는 삼성 오너 일가 등 주요 인사들이 거주하는 고급 주택가가 위치해 천혜의 입지를 갖춘 곳"이라며 "모두 아파트로 재개발해 사유화하기보다 골목을 살려 개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