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원화값이 중국의 이례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소식에 폭락하며 3년 2개월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15.9원 떨어진 1179.1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2년 6월5일 기록한 1180.1원 이후 3년 2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달러당 원화값은 장 마감을 앞두고 장중 한때 달러당 1180.5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정경팔 외환선물 연구원은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하를 단행한 영향으로 아시아 신흥국 통화 전반이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당 원화값도 급락했다”며 “당분간 달러 강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밤 스탠리 피셔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 발언으로 9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1155.95원까지 급등하며 출발했다. 그러나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당 원화값은 장중 급락세로 반전했다.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 환율을 1.86% 높인 가격에 고시해 위안화 가치 절하에 나섰다. 이는 인민은행이 고시한 위안화 절하폭으로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박사는 “중국 정부가 공시 환율과 시장 환율의 괴리감을 해소하기 위해 위안화 평가 절하에 나선 것 뿐인데 원화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 시장이 다소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곧 시장 반응이 진정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달러당 원화값이 1200원대까지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안화 평가 절하 충격으로 코스피도 2000선이 깨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6.52포인트(0.82%) 내린 1986.65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날에도 장중 한 때 2000선이 붕괴됐지만 이내 회복하며 시장에 안도감을 주는 듯 했지만 기습적인 위안화 절하 소식에 이날은 종가 기준으로도 20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지수도 14.08포인트(1.89%)나 하락한 732.26에 장을 마쳤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중국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환율전쟁에 뛰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절하 시기가 빨라져 시장에 충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차례의 절하 조치만으로 여파를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향후 절하 강도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면서도 “이번 조치로 중국 수출이 살아나 경제가 회복된다면 오히려 국내 기업들에도 긍정적인 영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위안화 절하 등 대외적인 변수보다는 8월 들어 거래대금이 감소하는 것이 더 우려해야 할 대목”이라면서 “코스피에서는 음식료주, 코스닥에서는 바이오주 등 단기 급등 종목들이 조정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다영 기자 / 정지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