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펀드·신탁 `세금 5000배 폭탄` 맞나

행정자치부가 부동산 신탁등기에 대한 등록면허세 정률 과세를 추진하면서 신탁사와 부동산펀드 운용사, 리츠 등 신탁 관련 금융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신탁 등록면허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금융업뿐만 아니라 신탁을 활용한 부동산 개발산업이 위축되면서 부동산을 통한 경기 활성화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행자부는 최근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용역 자료를 토대로 부동산 신탁등기에 대한 등록면허세 0.4% 정률 과세 도입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방세 재정을 담당하는 행자부가 이미 과세안에 대해 법무부에 의견 검토를 의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신탁등기 등록면허세 부과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은 맞다"며 "다만 아직은 정부 입장이 뚜렷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지난달 13일 작성해 행자부에 전달한 '취득세·등록면허세의 불합리한 과세 체계 정비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신탁등기에 대한 등록면허세를 현재 등록 실비 개념인 건당 6000원에서 부동산 가격의 0.4%로 변경하는 정책 제안이 담겼다. 등록면허세의 20%인 지방교육세를 포함하면 실제 세율은 0.48%에 달한다. 지난해 부동산 신탁 평균 수탁액 80억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신탁 등록면허세는 기존 7200원에서 3840만원으로 5333배나 증가하게 된다.
부동산 신탁에 대한 등록면허세 세금 폭탄 우려에 관련 업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신탁자산 153조원 규모 부동산 신탁뿐만 아니라 신탁 제도를 활용하는 부동산펀드(21조원)나 리츠(15조원)가 모두 해당된다. 업계에서는 신탁은 실제 소유권 이전이 아니라 개발이나 자금 유동화를 위한 수단인 만큼 신탁에 등록면허세 0.4%를 과세하는 것은 전혀 현실과 맞지 않으며 신탁을 통한 개발 이후 실제 부동산 취득자에 대한 등록면허세 부과와 이중 과세 문제까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탁사 관계자는 "신탁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담보신탁은 신탁수수료가 0.05~0.1%로 0.4%인 등록면허세가 도입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며 "행자부가 지방세수 부족을 손쉽게 해소하는 방안으로 무리한 등록면허세 부과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등록면허세 부과가 건설 및 금융업 사업성 악화, 고용과 경기 활성화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신탁등기 비용이 높아지면 개발 수요가 줄어들고, 부동산펀드는 등록면허세를 내는 만큼 투자자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재원 기자 / 김정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