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표대결에서 삼성 측에 패한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 반대세력 규합에 활용한 주주명부를 자진 반납한 것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보유 지분 매각 등 '출구 전략(투자금 회수) 플랜'이 가동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 속에 삼성 측에 화해 몸짓을 보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26일 "엘리엇 측이 삼성물산 주주명부를 대행기관인 예탁결제원에 반납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삼성 내부적으로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리엇은 합병안 반대에 대한 공세를 본격화한 지난달 16일 삼성물산에 서신을 보내 주주명부 열람과 등사를 청구했고 삼성 측이 지난달 24일 이를 받아들여 성사됐다.
주주명부를 확보한 엘리엇은 합병 반대세력 규합에 나섰지만 지난 17일 주주총회에서 삼성 측에 패배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돌려줄 의무가 없는 주주명부를 스스로 돌려주겠다고 나선 만큼 삼성 측에 화해 제스처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상법 396조에는 주주는 회사에 주주명부 열람과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지 주주명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별도 규정은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합병에서 패한 엘리엇 측이 투자금 회수를 고려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삼성과 협상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며 "이때 주주 개인정보가 담긴 명부를 돌려줌으로써 적대적 관계를 풀려는 시도에 나서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투자금 회수 추진 과정에서 삼성 측에 지분 매입 등을 요청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박사도 "엘리엇이 삼성과 힘겨루기를 한 끝에 패배했고 이미 한국 사회에서 부정적 이미지가 낙인 찍힌 만큼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라며 "법적 의무가 없는 주주명부를 돌려준 것은 삼성 측에 협상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같은 시각이 시기상조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합병안 통과 이후에도 엘리엇이 합병 의결 무효 소송은 물론 합병에 찬성한 삼성 계열사 이사진에 대한 배임 등을 주장하며 소송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명부를 활용한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는 있어도 다른 방법을 통해 삼성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긴장을 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영 기자 / 강두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