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랠리를 펼치던 코스피가 환율에 발목이 잡혔다. 원화 약세로 원 달러당 환율이 1160원선을 넘어서자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2000억원 가까이 주식을 팔아치웠다. 어닝 시즌이 본격화한 가운데 주요 대형주의 실적은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23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34포인트(0.02%) 내린 2065.07에 거래를 마쳤다.
그리스 디폴트와 중국 증시 급락에 따라 조정을 받던 지수는 최근 불확실성 해소로 안도 랠리를 펼쳐왔다. 하지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를 밑돌고 원 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 돼 전날 코스피는 20포인트에 육박하는 낙폭을 보였다. 이날도 오전 9시 50분께 지수가 2055선까지 밀리기도 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면서 낙폭이 다소 줄어 강보합에 마감했다.
이날 원 달러 환율은 1160원선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13년 6월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지난 밤 발표된 미국 주택지표가 호조를 나타내며 달러화 강세가 재개된 반면 국내 2분기 국내총생산(GDP)는 부진하면서 환율 상승폭이 커졌다.
국내기업도 본격적인 어닝 시즌에 들어갔다. 이날 SK하이닉스와 현대차, SK이노베이션, LG디스플레이, KT&G 등이 실적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SK이노베이션, LG디스플레이, KT&G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내놨다. 24일에는 기아차, 하나금융, 현대제철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한 달간 한국 시장의 올해 예상이익은 1.4% 하향돼 2개월 연속 하향세를 이어갔고, 예상 매출액 상향추세도 정체국면에 접어들었다”라며 “이익 상향 기대감이 줄면서 향후 지수 흐름은 박스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업종별로 운수창고, 운송장비, 전기가스업 등이 1~3% 올랐고 비금속광물, 건설업, 철강금속 등은 2~4% 떨어졌다.
매매주체별로 외국인이 1892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1734억원, 53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날 4000억원 가까이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들은 이날도 2000억원에 가까운 매물을 내놓으며 환율 상승에 따른 해외 자금 이탈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프로그램 매매는 2433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혼조세로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발표에 힘입어 2% 넘게 올랐다. 현대차는 이날 발표된 실적은 좋지 않았지만 배당 성향을 확대하겠다는 발표에 5% 넘게 올랐다. 현대차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4개 상한가를 포함해 340개 종목이 올랐고 475개 종목이 떨어졌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0.42포인트(0.05%) 오른 776.99에 마감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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