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했을 때 받는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연금이나 생활비 등으로 생전에 미리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종신보험이 인기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 준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살아 있는 동안 질병에 대한 보장에 더해 연금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상품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 하지만 혜택을 기대하려면 긴 보험료 납입 기간을 채워야 하는데 우리나라 보험계약 유지율 통계를 보면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보험연구원 “종신보험 가입 10년 후…10명중 6명 해지”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연구원이 종신보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계약 체결 후 특정 시점에 얼마나 유지되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가입 10년쯤에는 10명중 4명이 계약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계약 유지율은 계약 체결 후 1년 시점에 79.7%, 2년 66.3%, 3년 59.7%, 4년 54.8%, 5년 50.9%, 6년 47.4%, 7년 44.7%, 8년 42.4%, 9년 40.0%로 기간이 지날수록 계약을 해약하는 비율이 높다.
금융위는 보험 계약 10~20년 사이 유지율이 20% 내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험계약 유지율은 최초 체결된 보험계약이 일정기간 경과 후에도 유지되는 비율을 말한다.
통상 종신보험이 10년 이상 장기 계약인 점을 감안하면 장래의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연금이나 생활비를 미리 받아쓰는 종신보험을 가입하고 혜택을 받기는 거의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보험연구원 등의 통계에 근거해 볼 때 많아야 10명중 2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상품에서 강조하는 연금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 것이다.
◆“중도 해약 시 연금보험보다 환급금 적다” 안내 미흡
보험사들이 판매중인 연금 미리 받는 종신보험이 상품 취지와 달리 기대난이 우려되는 또 다른 이유는 연금보험 대비 사업비를 많이 뗀다는 점이다. 연금 기능에 더해 질병 등에 대한 보장까지 갖춘 상품인 만큼 사업비가 연금보험 대비 최대 3배 책정된다. 약속된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해약을 하면 사업비 등이 제외되고 남은 해약환급금이 나오는데 낸 보험료 대비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이런 점은 상품 판매 단계에서 자세히 설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거나 대충 짐작으로만 대답하고 넘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가입자는 반드시 종신보험 약관과 연금보험 약관을 받아서 경과기간별 해약환급률이 어떤 것이 유리한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에서도 이 상품에 대한 불완전 판매 여부를 조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당 상품의 불완전 판매 여부에 대한 조사해 착수해 마무리했다”며 “조사 내용을 검토 중”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보험에 가입해서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노후자금 준비는 처음부터 연금보험을, 사망 시 유족 생활보장은 종신보험으로 가입하는 것이 원칙이며, 그 밖에도 사업비, 중도 해약 시 환급금 등을 비교해서 유리한 보험을 가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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