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 취임 1년을 맞은 신연희 강남구청장의 각오는 남달랐다. 그 어느 때보다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강남구 소재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차 진원지가 되면서 격리자 관리, 확산 방지 등 메르스 대응만으로도 정신없이 바쁘지만 지역 개발 현안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인터뷰 중간중간 구청장실 곳곳에 쌓아둔 서류를 직접 찾아 설명하며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신 구청장은 1년 동안 가장 값진 성과로 개포동 무허가 판자촌 구룡마을 개발이 우여곡절 끝에 강남구안인 100% 수용 방식으로 결정된 것을 꼽았다. 신 구청장은 "3년 동안 아까운 시간을 낭비했다"며 "모든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8~9월께는 서울시가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개발계획을 확정 고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와 가장 뜨겁게 대립하고 있는 삼성동 한전 용지 공공기여금 사용처에 대해서는 한 발도 양보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신 구청장은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으로 결정이 불가능한 '운동장'을 포함시켜 지구단위구역을 확대·변경했다"며 "공공기여금을 서울시 소유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개발사업에 사용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시는 지난 3월 사전협상 지침을 개정해 강남구를 현대차와의 사전 협상에서 배제했다"며 "서울시의 횡포는 지방자치제도 근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인 만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 구청장은 현대차가 서울시에 납부하는 공공기여금 1조7000억원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3개 노선과 KTX, 위례~신사선, U-스마트웨이 등 광역 대중교통 구축 사업이 중첩되는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원샷) 개발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신 구청장은 "대규모 교통망 사업이 모두 별개로 추진되면 최소 20년 동안 공사가 반복돼 심각한 교통문제와 주민 불편, 예산 낭비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며 "서울시가 갑질 행정을 끝내 중단하지 않고 공공기여금을 영동대로 원샷 개발 등 강남구 현안에 우선 사용하지 않을 경우 결국 소송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서울시와 강남구 갈등이 급기야 소송으로 비화될 경우 현대차가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신 구청장은 "전적으로 서울시 책임"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신 구청장은 내년 상반기 개통을 앞두고 서울시와 이견을 보이고 있는 'KTX수서역세권 복합개발'에 대해서도 '조기·일괄 추진'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는 "KTX수서역은 역사 안의 상가 규모가 840㎡밖에 안 된다"며 "광명역처럼 나홀로 역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변부 복합 개발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강남구의 KTX수서역세권 복합개발 구상은 역 주변에 복합환승센터와 호텔, 공연장, 쇼핑몰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남쪽에 바이오·의료 연구개발(R&D) 등 업무시설을 조성하는 안이다. 반면 서울시는 인근 지역 난개발을 우려해 종합관리 방안에 따른 단계적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신 구청장은 "국토교통부에 앞으로 5개 철도노선이 지날 수서역 복합환승시설 설치와 주변부 그린벨트 해제, 일괄 개발을 요청해 대체로 공감대를 이룬 상황"이라며 "연내 구역 지정 및 사업실시 계획 승인, 고시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신설한 '도시선진화 담당관'에 대한 높은 기대감도 보였다. 신 구청장은 "지난 2월 주거환경 개선과 도시개발 사업을 전담 추진할 부서로 도시선진화 담당관을 신설했다"며 "3년 동안 구룡마을, 재건마을, 달터마을, 수정마을 등 무허가 건물을 도서관(재건마을), 녹지(달터마을), 주차장(수정마을) 등으로 조성해 살기 좋은 강남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기업들의 이탈로 빈 사무실이 늘고 있는 테헤란로를 살리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신 구청장은 "테헤란로를 살리기 위해서는 서울시에서 각종 건축 인허가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현안은 아니지만 박 시장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울역고가 공원
[문지웅 기자 / 이승윤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