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라는 증권가 속설을 입증한 하루였다. 그리스 디폴트가 현실화됐지만 국내 증시는 이에 개의치 않고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에 급등했다. 코스피는 2100선 문턱까지 올랐고 코스닥은 2% 넘게 오르면서연중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1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23.69포인트(1.14%) 오른 2097.89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3.07포인트 오른 2077.27에 개장한 후 장 초반 보합권에 머물다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면서 상승폭을 키웠다. 지수는 이날 오후 1시 30분경 2100.34를 찍으면서 지난달 2일 이후 1개월여 만에 2100선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은 글로벌 증시의 최대 관심사인 그리스가 결국 국가부도 사태를 맞는 악재가 터졌지만 국내 증시는 그리스 사태에 무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이 30일(현지시간) 긴박한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구제금융 연장이 거부됐고 이에 따라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기술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았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은 3차 구제금융 안건에 대해 1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리스 디폴트 사태가 국내 경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이미 국내 증시에 선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더이상 악재가 되지 못했다. 지난밤 뉴욕증시도 결국은 그리스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것이란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소폭 상승으로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도 그리스 사태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못한 모습이다. 일본 니케이 지수는 0.5% 상승으로 마감했다. 홍콩 항셍 지수는 1% 이상 급등세를 보이고 있고 2% 이상 급락으로 장을 시작한 중국 상해 증시도 0.3%까지 낙폭을 줄였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사태는 이번주 일요일인 5일 그리스 국민들의 선택결과가 그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국민 투표결과가 유로존 잔류와 트로이카 개혁 프로그램 수용으로 기울 경우 글로벌증시는 이번주를 고비로 최근 하락폭을 만회하고 다시 평온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의약품과 의료정밀이 각각 4.5%, 4.0% 오르면서 급등장을 이끌었다. 기계, 증권, 화학 등도 2% 이상 올랐다. 반면 음식료품, 보험 등은 1~2% 하락했다.
매매주체별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65억원, 653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737억원을 순매도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135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혼조세로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2% 이상 올랐고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SK C&C 등도 2~3%대 강세를 보였다. 반면 삼성생명, 현대모비스, 삼성화재 등은 하락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10개 상한가를 포함해 605개 종목이 올랐고 221개 종목이 떨어졌다.
현대차는 이날 장 초반 13만3500원까지 하락하면서 일주일 만에 다시 시가총액 4위까지 밀렸다가 다시 3위 자리에 복귀하며 장을 끝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하며 제기한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가처분 신청에서 삼성그룹측이 승소했다는 소식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각각 1.97
코스닥은 전일 대비 18.40포인트(2.48%) 오른 760.67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가 760선을 넘은 것은 2007년 11월 이후 8년 7개월여 만이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