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14회계연도(2014년 3월~2015년 2월)에 매출 8조5682억원, 영업이익 24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할 때 매출은 4%, 영업이익은 29% 감소했다. 홈플러스 매출이 줄어든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인수 가격을 산출할 때 주요 지표로 활용되는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2013년 7657억원에서 2014년 6844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신규 입점 규제 강화에 내수 부진이 겹친 여파다.
2013년 EBITDA에 현재 대형마트 평균 기업가치/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 배수인 9~10배를 적용하면 6조9000억~7조6000억원 사이에서 회사 가치가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홈플러스 지분 100%를 보유한 영국 테스코가 매각 가격으로 최소 7조원을 목표로 삼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2014년 EBITDA를 기준으로 보면 6조1000억~6조8000억원으로 적정 가치가 내려간다.
결국 홈플러스 성장성이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된 만큼 투자금 회수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재무적투자자(FI)로서는 7조원 이상 가격에 인수를 추진하기 부담스럽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4일 홈플러스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 결과 MBK파트너스, 칼라일, CVC캐피털파트너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 국내외 다수 사모투자펀드(PEF)와 오리온이 입찰에 참여했다.
대다수 입찰자가 FI인 만큼 실적이나 EBITDA 같은 지표에 무게를 두고 접근할 공산이 크다.
인수전에 참여한 PEF 관계자는 "실적 감소는 예상했지만, 수치로 확인이 된 만큼 예비입찰에서 제시한 가격에서 조정을 시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PEF들은 EBITDA가 감소한 데 대해 큰 염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PEF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상당수 점포를 매각한 후 재임차(세일즈 앤드 리스백)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임대료가 만만치 않다"며 "EBITDA가 줄면 임대료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테스코로서는 매각가 7조원은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테스코 본사가 지난해 10조원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창사 96년 만에 최대 경영위기를 맞아 10조~15조원 정도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칼라일이 홈플러스를 40억파운드(약 6조8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았다는 외신 보도가 지난달 나오기도 했다.
따라서 테스코는 올해 국내 M&A 시장 최대어라는 홈플러스 위상을 십분 활용해 가격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올해 3월 롯데그룹에 1조200억원에 매각된 KT렌탈은 예비입찰 당시 형성된 가격대가 6000억~7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본입찰 이후 경매호가 매각방식(프로그래시브 딜)으로 딜이 진행되면서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들이 실적을 참고는 하겠지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적 감소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만큼 대폭적인 조정에 나
홈플러스가 보유 중인 부동산 자산이 워낙 방대하다는 점도 실적 감소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홈플러스는 현재 대형마트 139개를 운영 중인데 이 중 90여 개 매장을 직접 보유 중이다. 이들 부동산에 대한 가치평가 결과가 홈플러스 매각가를 좌우할 결정적 변수라는 얘기다.
[강두순 기자 / 오수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