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 M / 엘리엇, 삼성물산 공습 ◆
시장 참여자들은 엘리엇이 다른 외국계 기관투자가를 규합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무산시키도록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삼성물산은 전일 대비 9.5%(6600원) 오른 7만6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지분 보유 소식이 알려진 전날(10.32%)에 이어 2거래일 연속 상승해 지난 3일 종가 6만3000원 대비 20.79%나 급등했다.
이 같은 삼성물산 주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주체는 외국인 투자자다. 외국인 투자자는 4일 삼성물산 주식 155만주를 순매수하며 2003년 11월 5일(210만주) 이후 12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사들였다. 삼성물산 대주주 측과 표대결을 위해 엘리엇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시장에서 지분을 매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는 5일에도 계속됐다. 엘리엇이 주로 이용하는 창구로 알려진 NH투자증권에서는 169만주 매수 주문이 체결됐다. 모든 증권사 매수 창구를 통틀어 가장 큰 규모다.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발 빠르게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삼성물산 주식 매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을 둘러싼 공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주된 관심 대상이다. 엘리엇이 그동안 대주주 위주로 진행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불만이 많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을 위주로 포섭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국내 지배구조펀드 관계자는 "엘리엇이 미국과 유럽에 있는 삼성물산 주주들과 물밑 접촉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공매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 4일 공매도 규모는 21만주(145억원)로 2013년 10월 4일(22만주)에 이어 가장 큰 규모다. 이는 전날인 3일보다 공매도 거래량이 40배나 늘어난 것이다.
주가가 이미 상승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이유가 없고 머지않아 엘리엇이 차익실현을 위해 삼성물산 보유 주식을 내다팔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2004년 삼성물산 관련 경영간섭에 나섰던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는 그해 12월 3일 보유 삼성물산 지분 5%를 급작스레 시장에 내다팔며 수백억 원대 차익을 챙겼다.
당시 삼성물산 주가는 대규모 물량 부담으로 해당일에만 6.84%나 급락한 바 있다. 엘리엇 사태는 결국 7월 17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는 "엘리엇이 문제 삼는 것은 물산 주주에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며 "그렇다고 합병 비율을 조정한다면 합병 법인에서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주총 전에 물산이 엘리엇 요구를 수용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우람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