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뉴욕 증시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건 두개의 핀테크 업체 상장 소식이었다. 지난해 12월 17일(현지시간) 모바일로 소상공인을 상대로 대출사업을 하는 ‘온덱(Ondeck)’은 증시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주가가 40%나 오르며 투자자 관심을 모았다. 이 업체는 기업공개(IPO)에서 공모가 예상 밴드인 16~18달러 보다 높은 20달러에 1000만주를 발행해 2억달러 조달에 성공했다. 이후 이날 뉴욕 증시 첫 거래에서 주가가 27.98달러까지 뛴 것이다.
이보다 며칠 앞서 뉴욕 주식시장에 상장한 미국 최대 온라인 개인간(P2P) 대출업체 렌딩클럽은 뉴욕 증시 거래 첫날인 11일 종가가 공모가 대비 56%나 뛰었다. 이후 닷새 연속 상승행진을 하며 주가는 27.9달러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2.5% 하락했다. 돈냄새에 가장 민감한 투자자금이 핀테크를 새 먹거리로 점찍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핀테크에 쏠리고 있다. 컨설팅 업체 액센추어에 따르면 지난해 핀테크에 몰린 투자 규모는 전년도보다 3배 늘어난 122억달러에 달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벤처캐피탈투자 증가분인 63%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작년 결제 핀테크 업체 퍼스트데이터에 35억달러 투자를 결정했을 정도다.
글로벌 투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영국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금융 허브인 뉴욕과 IT혁신 허브 실리콘밸리를 양 축으로 다양한 핀테크 업체 요람 노릇을 하고 있다.
영국은 국가 정책으로 핀테크 육성에 나서고 있다. 런던 동쪽에 있는 ‘테크시티(Tech City)’를 핀테크 중점 육성 구역으로 점찍고 정부차원의 집중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형 은행들의 움직임이 발빠르다. 영국 바클레이즈은행과 HSBC는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전문 보육센터를 만들었다. 샤울 데이비드 영국 무역투자청(UKTI) 핀테크스페셜리스트는 “런던은 미국 뉴욕과 실리콘밸리에 전혀 뒤지지 않는 세계 최고의 핀테크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며 “영국은 핀테크를 국가 차원의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 국가는 중국이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업체 중심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여러 핀테크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알리바바의 자산운용서비스 ‘위어바오’는 굴리는 자금만 한화로 100조원을 넘는다. 알리페이 결제금액만 하루평균 1조원이 넘어 중국인 하루 소비액의 약 17%를 차지한다.
이에 반해 한국 움직임은 다소 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IT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이지만 정부 차원의 규제에 가로막혀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들고 나온 스타트업은 많았지만 곳곳에서 발목을 잡는 규제 이슈에 대응하느라 서비스 출시 시점이 밀리거나 아니면 당초 아이디어를 대폭 수정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뒤늦게 나서 대대적 규제완화를 약속하고 있지만 빠르게 스타트를 끊지 못한 점을 볼때 좀더 가속도를 붙여야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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