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분석 / 코오롱인더스트리 ◆
지난 1분기 코오롱인더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9% 늘어난 695억원을 기록해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원재료 가격이 크게 떨어진 반면 산업자재(타이어코드·에어백)와 화학(석유수지) 제품 판매가는 일정하게 유지돼 주력 사업부의 마진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2009년부터 6년간 진행됐던 미국 듀폰사와의 소송이 지난달 27일 합의로 취하되면서 코오롱인더가 저평가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평가한다. 펀더멘털이 제대로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것. 듀폰사에서 방탄용 첨단 소재 '아라미드'의 영업비밀을 빼낸 것이 발단이 된 이 소송으로 회사가 입은 유·무형 손실이 컸기 때문이다. 듀폰사에 자산을 압류당하면서 7000만달러(약 750억원)의 매출채권이 강제 집행됐고, 매년 400억원 상당의 변호사 비용이 고정적으로 빠져나갔다. 대외 신인도에 타격을 입어 해외 고객과의 계약 체결에 제약을 받고, 아라미드 등 신소재 개발·투자도 위축됐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일련의 비용이 절감되고 배상금과 지급 기간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론 민형사 합의금에서 압류됐던 7000만달러를 제한 2억9000만달러(약 3185억원)를 향후 5년간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부담은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2015년 예상 EBITDA가 약 4500억원 수준이라 영업현금창출능력 범위 내에서 충분히 지급 여력이 있다"며 "비용은 전부 1분기에 털어냈다"고 설명했다.
주가의 발목을 잡던 그룹 리스크도 완화되는 추세다. 코오롱인더는 2009년 (주)코오롱이 지주사 전환을 결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룹 모회사이자 사실상의 지주사 역할을 해왔다. 이에 계열사 관련 불확실성이 고조될 때마다 주가가 휘청였지만 올해 들어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생명과학이 각각 건설 부문 턴어라운드와 티슈진-C의 임상 3상 승인에 힘입어 주가가 176.5%, 135.1% 오르면서 재평가 계기를 맞이했다.
이에 대해 코오롱인더 관계자는 "2011년 1조원 배상금 판결이 나오고 주가가 폭락했는데, 이때 5만~6만원대에서 저가 매수한 기관들이 최근 주가가 원상 복귀하자 차익을 일부 실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기관들의 장기 보유 물량이 많이 남아 있어 앞으로도 펀더멘털보다는 수급이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소송과 업황 악화로 지난 4년간 코오롱인더가 증설이나 전략적 투자에 전혀 나서지 못했던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코오롱인더 관계자는"소송 전까지만 해도 기업 분할, 현물 출자를 통한 SKC코오롱PI 설립 등 조직 혁신을 활발하게 진행해 왔던 만큼 앞으로도 소규모 M&A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성장동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코오롱인더 실적이 2분기 패션과 산업자재 부문 성수기로 진입하면서 1분기보다도 개선될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소송 합의금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2015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9배, 2016년 기준으로 약 8배"라면서 "10배 미만인 데다 동종 업계 대비해서도 낮은 편이라 아직은 저평가됐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