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주 양극화 현상 가속

LG그룹 전자 계열사 주가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업황 부진과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우려 등이 겹친 결과다. 반면 LG생활건강 LG화학 등 다른 계열사는 주가 흐름이 좋아 눈길을 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4월 24일 이후로 마이너스 행진을 벌이고 있다. 해당 25거래일 동안 단 5일만 제외하고 계속 떨어졌다. 그나마 5일 중에서도 하루만 제외하면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100원, 200원 오르는 수준에 그쳤다. 덕분에 주가는 6만2300원(4월24일)에서 5만5400원(6월1일)까지 한 달 남짓한 기간동안 11.1%나 밀렸다.
LG전자가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이는 이유는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나 떨어졌다. 2분기 영업이익도 46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앞으로의 전망도 좋지 않은 편이다.
지목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사업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TV 등 백색가전 역시 선진시장에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 사업규모가 컸던 유럽 및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의 통화가 약세를 보인 점도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 주가흐름을 결정지을 스마트폰 신제품 ‘G4’의 선전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6’와 애플 ‘아이폰6’ 사이에서 얼마나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불안감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강봉우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쟁사의 프리미엄 제품 출시로 마케팅과 가격 경쟁이 심화돼 ‘G4’ 수익성 상승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며 “글로벌 판매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G4는 카메라 기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등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된 특성을 갖고 있다”며 “시장 우려가 존재하지만 1000만~1200만대의 양호한 판매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LG전자의 부진은 다른 전자 계열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LG디스플레이는 3만7200원(1월30일)까지 올랐던 주가가 계속 떨어져 2만9000원까지 내려온 상태다. LG이노텍도 지난 4월초 11만8500원까지 상승했다가 하락세로 전환해 9만3700원까지 밀렸다. LG디스플레이 같은 경우는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9%나 뛸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애플 수혜주’로 분류되면서 한때 LG전자와 다른 흐름을 보였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며 “애플 수혜주로써의 프리미엄보다는 업황 부진과 매출 다변화를 이끌 수 있는 신사업이 부족한 점이 불안감을 더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 계열사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동안 LG그룹 주가는 화학?생활용품 계열사가 이끌고 있다. 특히 ‘화장품 열풍’을 등에 업은 LG생활건강의 선전이 눈에 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당시 62만3000원이던 주가가 1일 기준 81만1000원까지 30.2% 올랐다. 시가총액 순위도 21위까지 껑충 뛰었다. LG그룹 ‘대장주’인 LG화학 역시 ‘실적이 바닥을 찍었다’는 평가 아래 같은 기간동안 18만1000원에서 25만500원으로 38.4% 상승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LG그룹의 경우 전자계열사가 주춤하는 동안 주력 사업이 화학·생활용품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보인다”며 “주가흐름도 이같은 변화를 반영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