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5월 28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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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함에 따라 국내 대표 회계법인 삼일PwC와 삼정KPMG간 희비가 엇갈렸다. 국내 업계 1위 삼일은 양사 감사법인을 맡고 있는 까닭에 이번 합병 과정에서 관련 업무에 관여하지 못한 상황에서 삼정은 합병 관련 업무를 수임해 짭짤한 수수료를 챙겼기 때문이다.
28일 회계법인 업계에 따르면 삼정은 이번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비율 적정성 평가 업무를 맡았다. 삼일이 국내 대표 회계법인으로 삼성 관련 딜을 싹쓸이해오던 점을 감안할때 눈에 띄는 대목이다.
삼일이 이번 합병에 관여하지 못한 까닭은 법률상 제한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176조의 5는 합병가액 적정성 평가를 위한 외부평가기관이 회사와 특수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합병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삼일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감사법인인 탓에 특수관계에 해당돼 이번 합병작업에 관여하지 못한 것이다.
삼일은 합병 작업에 관여하지 못한데다 양사의 합병으로 대형 감사법인 숫자가 하나 줄어든다는 악재까지 겹쳤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합병으로 양사의 덩치가 불어난다 하더라도 감사 수수료가 덩치에 비례해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자산규모가 각각 30조원, 8조원에 달하는 대형법인이다.
반면 삼정은 법률상 규제 때문에 반사이득을 얻어 남몰래 웃음짓고 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합병비율 적정성 평가 업무는 합병에 따른 자산평가업무, 합병 재무제표 검토 등의 후속업무까지 따라오게 돼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상장 법인간 합병인 까닭에 특별한 합병 실사가 필요없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상장 법인간 합병비율 산정 기준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산출근기가 명시돼 있기 때문에 비상장 법인 합병과 달리 합병전 자산 실사가 필요없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양사 이사회의 투명한 의사결정은 물론 합병 결정에 대한 주주들의 동의를 끌어내기 위해 외부평가기관을 활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삼정도 이번 삼일과 같은 이유로 '빅딜' 업무에서 배제된 전력이 있다. 삼정은 삼성테크윈 감사법인인 까닭에 '삼성-한화 빅딜' 과정에서 삼성테크윈 회계자문 업무를 삼일에 넘겨준 바 있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