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동시다발적인 상승국면에 접어들자 해외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은행 예금금리가 연 1%대로 내려앉으면서 해외투자가 아니고선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위기의식이 커져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의 경우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자산가격이 회복된 터라 ‘상투 잡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크다. 그렇다고 베트남, 태국, 브라질 등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자니 높은 변동성 탓에 섣불리 손을 대기 겁이 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진국 주식 대비 가격 상승 여력이 크면서도, 안정성은 여타 신흥증시에 비해 높은 중국 증시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다른 신흥국증시에 비해 정보접근도 수월하다.
작년 말 개시된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으로 중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상하이증시가 지난주 7년만에 4000 고지를 넘어섰다. 사실 ‘중국 주식’하면 아직도 많은 투자자들이 과거 중국투자로 낭패를 봤던 기억을 떠올린다. 하지만 현 국면은 지난 5년간은 분명히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용민 HMC투자증권 상품전략팀장은 “2010년 이후 중국 주식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중국 증시 상장기업들의 실적은 점진적으로 증가해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중국 투자를 과거와 같은 중국투자로 생각한다면 큰 투자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증시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는 점에 착안해 최근 수년간 한국 금융투자업계의 대세로 자리잡은 ‘가치투자’ 전략에 기반해 안정성을 보강한 중국투자상품들이 주류를 이루는 형국이다.
KDB대우증권의 ‘KDB대우 중국 장기가치투자랩’과 현대증권의 ‘현대able보세라차이나랩’의 경우 중국 현지 대형자산운용사인 보세라자산운용의 자문을 받아 중국 본토 상장주식 중 글로벌 동종업체 대비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한다.
중국 본토 상장사에 비해 회계투명성이 높은 홍콩 상장주에 투자하는 상품들도 눈길을 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중국 회사 재무재표는 믿기 힘들다”는 인식이 여전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창연 신영증권 에셋얼로케이션부 부장은 “홍콩 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중국 본토시장에 상장된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상장기준을 충족시키고 기업 경영 투명성이 높아 신뢰할만한 투자대상으로 삼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 선강퉁(선전-홍콩 증시간 교차거래) 시행에 대비한 상품들도 눈에 띈다. 동부증권과 키움증권에서 추천한 ‘동부차이나본토RQFII펀드’는 선전증시 투자 비중이 50%로 높아 선강퉁 시행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신한금융투자의 랩어카운트 상품인 ‘신한명품 중국본토 자문형랩 B형’도 선전A주와 상하이A주에 동시투자하는 전략으로 선강퉁 투자 대기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김용태 유안타증권 상품기획팀장은 “선전 증시에는 성장성 높은 중소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다”면서 “이미 선강퉁이 시행되고 MSCI EM(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지수)에 중국 본토증시가 포함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입에 따른 추가적인 지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증시가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장기투자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올 2월 초만 해도 3100 안팎에 머물던 상하이지수는 지난 두 달 동안 30% 가까이 오르는 폭등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중국 본토에서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사람이 하루 20만명에 달하고, 3월 한 달 동안 400만명이 계좌를 새로 만든 것으로 집계됐을 정도다.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안정적 자산운용에 관심이 높은 투자자들 사이에선 중국을 넘어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다. 글로벌자산배분 전략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셋글로벌자산배분 랩어카운트’는 글로벌 연기금 사이에서 자산배분 모델로 널리 사용되는 ‘블랙-리터만 자산배분 모형(Black-Litterman
최근 2년여간 국내 증시에서 관심을 끌었던 롱숏전략을 글로벌 투자에 접목시킨 상품도 있다. 하나대투증권이 추천한 ‘하나GTAA지수 상품’은 해외선물을 활용해 안정적인 중수익을 추구한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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