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3월 19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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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잠정 영업실적 공시를 통해 개선된 실적을 공시했다. 정부가 적극적인 부동산 경기부양을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기준금리 인하가 기름을 부으면서 올들어 건설사 주가도 크게 뛰었다. 시장에는 ‘정말 이제 건설업계가 살아나는 것인가‘라는 기대감이 부풀어올랐다.
그러나 최근 건설사들이 2014년도 재무제표를 주추총회에 제출한 이후 ‘기대‘는 ‘의심‘으로 바뀌었다. 실적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을 분석한 결과 신뢰성이 떨어지는 ‘매출채권(미청구공사)‘이 늘어난 것이 실적 개선의 배경이라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19일 매일경제신문이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두산건설, 신세계건설 등 실적이 개선된 주요 상장 건설사들이 공시한 2014년 연결 재무상태표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건설사들이 실적이 커지면서 '미청구공사' 잔액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청구공사는 주로 건설사와 조선사 등 장기 수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회사들 회계장부에 등장한다. 이 계정은 건설·조선사 회계처리의 사각지대로 꼽힌다. 향후 상당 부분이 손실(대손비용)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미청구공사는 공사 초반 매출로 잡히다가 막바지에 공기가 연장되거나 매출원가가 오르면 손실로 둔갑하게 된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회계 전문가들은 재무제표에서 미청구공사를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자산으로 분류한다.
영업이익은 1429억원 기록해 지난해(524억원)에 비해 3배 가량 늘었다고 밝혔지만, 실제 영업활동에서는 오히려 50억원 규모 현금이 순유출됐다. 지난해 매출로 잡은 공사대금 대부분을 아직 발주처로부터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미청구공사 금액이 늘어난 것은 해운대 건설 현장 건 때문인데, 지난 2월 초 발주사에 대금을 청구한 상태"라며 "올해 1분기에는 해당 금액을 미청구공사에서 정상 매출채권으로 재분류할 예정이라 이를 제외하면 남은 미청구공사 금액은 6500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 잔액은 5조101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9925억원 늘었고, 삼성물산도 미청구공사 잔액이 1조4760억원에서 2조1470억원으로 6710억원 가량 불었다.
미청구공사는 건설(조선)사가 공사를 진행하고 발주처에 청구하는 공사대금채권의 일종이다. 매출채권은 건설사와 발주사 모두가 줄 돈과 받을 돈으로 인정한 금액이다. 그러나 미(未)청구공사는 이름 그대로 건설사가 일은 했지만 발주사가 일을 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지 않아 대금조차 청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건설사는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을 일단 매출액으로 잡고 일단 미청구공사에 쌓아둔다. 미청구공사에 쌓인 금액은 공사 원가를 맞추지 못하면 손실로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최근 몇 년간 건설사들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액과 함께 미청구공사 잔액이 계속 증가하다가 특정 시점에서 한꺼번에 손실 처리되는 현상이 반복된다. 최근 건설·조선 경기 침체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가보다 낮은 저가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건설사와 조선사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미청구공사 증감 추이를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건설사 회계 감사를 담당하는 회계사는 " 최근 건설사와 조선회사가 조단위의 손실을 터트릴 때 대부분 미청구공사에 쌓여있던 잔액이 손실 전환됐다"며 "미청구공사가 모두 부실로 이어진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이 계정이 늘어나면서 실적이 커지는 것은 건전한 매출신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귀띔했다.
앞서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이 갑작스럽게 대규모 손실 토해내 투자자들을 당황케 했던 것도 결국 미청구공사 잔액이 문제가 됐다.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2012년에 미청구공사 잔액이 2조원을 넘어서자 이듬해 1조원에 까까운 손실을 터트렸다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3분기 6조7000억원에 달하는 미청구공사 잔액이 쌓이자 3조원 가까운 금액을 손실(대손비용)로 털어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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