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량 중 보증부 월세를 포함한 월세 비중은 43.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월 42.9%를 기록한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1월 46.7%보다는 다소 낮지만 건수로 따지면 지난달이 4만7635건으로 1년 전 4만7416건보다 많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빨라졌다”며 “지난해 10월 가을 이사철을 기점으로 월세 증가폭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38%였던 월세 비중은 11월 39%, 12월 40.2%를 거쳐 지난달에는 전달보다 3.3%포인트나 뛰었다.
월세의 강세는 비단 최근 1~2년 새의 일이 아니다. 연도별로 보면 2011년 33%에 그쳤던 전체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은 2012년 34%, 2013년 39.4%까지 올랐고 지난해는 41%까지 치솟았다. 이제 월세가 전체 전월세 거래량에서 절반을 넘어서는 것도 머지않았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 전망이다.
월세 시대를 피할 수 없게 됐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전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전세 거래량은 6만189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늘어 월세 거래 증가폭(0.5%)을 훌쩍 넘어섰다.
문제는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금 비율)이 치솟으면서 서울에서도 전세가율이 90%를 넘는 단지가 속출해 ‘깡통전세’ 염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종암동 SK아파트 전용면적 59㎡ 전세금은 지난달 6일 2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의 최근 매매 실거래가격은 2억4900만원으로 전세금과 집값의 차이가 불과 900만원에 불과하다. 서울시내에서만 전세가율이 90%에 달하는 단지가 30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처분하거나 경매에 넘어갈 경우 전세보증금을 100%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염려가 확산되자 정부도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일부 지역에서 80~90%까지 높아진 전세가율에 대해 “세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나치게 높은 전세가 비율은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반환을 어렵게 해 세입자의 주거 안정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세입자도 이런 위험요소를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수장이 직접 나서 깡통전세를 조심하라고 경고한 것이다. 최 부총리는 “정부도 전세보증금 원금 반환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등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세입자가 지나치게 높은 전세가율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각 부처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월세 대책만 내놓을 뿐 전세 종언의 연착륙을 위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현재 전세난은 전세의 월세 전환이라는 과도기에 나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도 “대한주택보증과 서울보증보험의 전세보증금 반환보험에 가입해 안전장치를 마련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재만 기자 /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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