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종목들도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종목들의 주가는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요동치며 경영권 분쟁에 따른 지분 경쟁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11일 오후 2시 45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일동제약은 전일 대비 50원(0.25%) 오른 2만150원으로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승폭은 줄었으나 여전히 2만원 선을 웃도는 수준이다.
앞서 일동제약 주가는 지난 9일 2대주주인 녹십자로부터 이번 주총에서 자사의 추천 인사를 이사로 선임하라는 주주제안서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상한가로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경영권 분쟁이 지난해 1월에 이어 재점화됐다고 풀이하고 있다. 이후 일동제약은 녹십자에게 '적대적인 인수합병(M&A)이 아니라는 신뢰할 수 있는 입장을 표명해달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날을 세웠다. 갈등이 고조되면서 주가는 오히려 승승장구했다. 일동제약 주가는 전날 장 중 2만2150원까지 올라 상장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랜 동업자 관계를 유지했던 넥슨과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도 다음달 27일 열리는 엔씨의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경영권 경쟁이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엔씨의 최대주주인 넥슨(15.9%)이 김택진 대표(9.9%)를 재신임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향후 신경전에 따라 입장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엔씨의 주가는 넥슨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한다고 공시한 후 20만원 선을 돌파했다. 이후 상황에 따라 오르내리면서도 20만원 선은 견고히 유지 중이다.
신일산업도 적대적 M&A 가능성에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신일산업은 최대주주인 개인투자자와 현 경영진의 분쟁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되는 등 갈등이 고조되는 중이다. 신일산업 주가는 현 경영진의 직무집행정지 판결을 공시한 지난 4일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다. 이후에도 이날까지 약 18% 올랐다.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종목은 양측의 지분 매입 경쟁으로 인해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들 역시 이같은 기대감으로 추격 매수에 나선다.
그러나 이미 재료가 노출된 데다가 양측의 합의가 어떻게 이뤄질지 모르기 때문에 장기 수익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주가가 과열 양상을 나타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 고유의 가치가 반영됐다기 보다는 경영권 분쟁 이슈와 기대감에 상승한 것이기 때문에 이후 급락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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