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덕에 주목을 받았던 장외주식시장인 K-OTC가 삼성SDS의 빈자리를 좀처럼 메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25일 개장한 K-OTC(Korea-Over The Counter Market)는 삼성SDS가 '형님' 노릇을 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삼성SDS가 같은 해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후로는 '형 만한 아우'를 찾지 못해 고전 중이다.
거래대금 상위 20개 종목의 월 거래대금(지난해 12월 기준)은 382억원으로 삼성SDS가 코스피로 옮겨가기 직전인 10월(613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삼성SDS가 자리를 비운 이후로는 삼성메디슨이 거래대금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삼성SDS의 10월 월간 거래대금이 438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 삼성메디슨은 11월 월간 거래대금이 321억원에 그쳤다. 12월에는 더 줄어든 306억원에 머물렀다.
최상위 기업에 거래대금이 쏠리는 현상도 심하다. 지난해 12월 삼성메디슨의 월 거래대금은 전체 거래대금의 78%에 달했다. 2위인 퀀텀에너지가 5%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차이다.
29일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그룹은 대기업 계열사와 기업공개(IPO)가 기대되는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1위는 포스코건설로 시가총액이 2조1593억원이다. 뒤이어 2위 삼성메디슨(1조2952억원), 3위 현대로지스틱스(1조664억원), 4위 미래에셋생명(8783억원), 5위 세메스(7120억원) 순이다.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12조2675억원으로 125개 종목이 상장돼 있다.
시총 1위인 포스코건설은 지난해부터 포스코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상장 의지를 밝히고 있어 시기가 초미의 관심사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올 초 신년인사회에서도 포스코건설의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업이 불황인데다 2008년 상장을 처음 추진하면서 직원들에게 주당 9만원에 나눠준 우리사주 때문에 공모가를 크게 낮출 여력이 없어 당장 상장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권오준 회장이 IPO를 거듭 운운하는 것은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실제로 IPO를 위한 실무가 진행되는 바가 없다”면서 "상장을 기대한 무리한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8월 25일 매매 첫날 기준가격(시초가) 8만900원으로 시작했지만 이날 가중평균주가(종가 개념)는 5만8300원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기준가격이란 새로 상장된 종목이 최초로 거래될 때의 가격으로 주당 순자산가치로 결정된다. 또한 K-OTC에 상장된 종목은 매일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어 최근 거래일의 주가를 가중평균한 가중평균주가로 종가를 대체하고 있다.
삼성메디슨은 삼성그룹이 5대 신수종 사업으로 꼽는 '의료·헬스'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데다 삼성 프리미엄까지 붙어 시장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의 의료기기사업부를 떼내 삼성메디슨에 합병하는 방안이 4개월이 넘도록 확정되지 않아 향후 조직의 향방에 따라 주가가 출렁일 수 있어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삼성메디슨 주가는 지난해 9월 16일 기준가격 1930원으로 시작해 이날 가중평균주가는 418% 가량 오른 1만원으로 올랐다.
현대그룹 물류 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해 상장을 준비하다 현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분 전량인 88.8%를 일본계 사모펀드인 오릭스에 매각하면서 당장 IPO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현대로지스틱스 주가는 5만9200원으로 기준가격(지난해 9월 16일) 1만3700원보다 큰 폭으로 오른 상태다.
이 밖에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8월 25일 기준주가 7890원에서 8350원으로 변화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2010년 삼성생명이 상장한 이후 생보사의 IPO가 뚝 끊긴 상태라 제4호 상장 생보사가 될 지 관심 대상이다.
올 하반기 코스피 상장이 예정된 제주항공은 기준가격 2395원에서 2만9500원으로 10배 이상 급증한 상태다. 상장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큰 폭으로 오른 뒤 12월에는 한 때 최고가 3만4500원까지 찍었다.
K-OTC 시장은 주식 유동성이 낮아 투자자가 원하는
거래하고자 하는 투자자는 기존 증권 계좌를 활용하면 되고, 없는 경우에는 증권사에서 개설하면 된다.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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