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들 5개 회사가 내년에 상환해야 하는 시장성 차입금(회사채와 기업어음 등) 규모는 2조3534억원에 달한다.
현대상선이 1조816억원으로 가장 많고, 한진해운이 6820억원, 대성산업도 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동부제철과 한라는 각각 1356억원과 942억원이다.
지난해 정부는 재무적으로 취약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재개한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올해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올해 자생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다.
전문가들 시각은 부정적이다. 올해 말에도 신속인수제 추가 연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지난해 3H2D가 속한 그룹은 알토란 같은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대부분 자금을 올해 만기도래하는 빚을 상환하는 데 쓰고 나면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업황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영업활동을 통해 부채를 갚는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현대상선은 최근 신용평가 3사로부터 ‘BB+급’을 받아 투기등급 회사가 됐다. 현대상선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초 자산 매각 등을 통해 3조원 규모 자구계획을 밝혔다. 현재까지 LNG사업부 매각,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등으로 1조2000억원 규모 현금을 손에 쥐었다. 올해 현대증권 매각, 유상증자를 마무리해 추가 현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진해운도 마찬가지다. 모기업인 한진그룹(대한항공)이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영업활동 정상화는 아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이른바 ‘땅콩 회항’ 사태로 핵심 계열회사인 대한항공의 영업에 악영향이 예상되고, 앞으로 추가 제재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업계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해운업체들에 대한 추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동부그룹은 다수 계열사가 산업은행의 지휘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제조 계열사 위주로 신속인수제 대상이 늘어날 수 있다.
신속인수제로 연명하던 동부제철이 결국 동부그룹에서 분리됐지만 동부그룹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최근 산업은행 주도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던 동부건설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그룹 신용도에 악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전문가들은 동부그룹이 비금융 계열사를 정리하고 금융 계열사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라그룹은 지난해 한라홀딩스를 축으로 한 수직형 지배구조를 완성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지분 매각 대금으로 회사채 상환 위기를 넘겼다. 한라홀딩스가 올해 갚아야 하는 회사채는 1000억원 미만으로 규모 측면에서 많지 않다. 정부 지원 없이 부채를 상환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올해 재계와 금융투자업계가 주목하는 회사는 대성산업이다. 대성산업은 올해 새롭게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신청했다. 올해 2월(1400억원)과 4월(2100억원) 만기도래하는 35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를 상환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성산업은 이날 신도림 디큐브시티 백화점을 리츠전문 투자회사 JR투자운용에 일괄매각 방식으로 매각해 약 3000억원의 여유 자금을 마련했다. 대성산업은 매매금액 전액을 부채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연간 17
■ <용어 설명>
▷ 회사채 신속인수제 :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자체적으로 상환하기 어려운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주로 산업은행)가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인수해주는 제도.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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