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제 공실을 채울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규제 개혁 방안 후속 조치로 지난달 24일부터 은행의 업무용 부동산 임대 가능 범위를 사용 공간 대비 1배에서 9배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미 보험회사와 저축은행은 직접 사용면적의 9배 이내에서 부동산을 임대해줄 수 있다. 증권사와 여신전문금융사는 아예 면적 제한이 없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 등 주요 시중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자가건물은 1000개가 넘는다. 농협은행이 408개로 가장 많은 자가건물을 가지고 있고, 국민은행(200개) 우리은행(139개) 신한은행(130개) 등이 뒤를 잇는다.
한 은행 임원은 “서울 도심 사대문 안과 상계동 등에 은행 소유 건물이 상당수 있다”며 “최근까진 외부 임대를 줄 수 없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창고나 직원용 식당 등으로 사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은행 소유 건물에 대한 점포 사용면적 규제는 1990년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생겼다. 은행 본업 성격에 맞지 않는 형태의 수익 올리기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방치된 공실만 임대해도 은행권 전체적으로 연간 수천억 원어치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며 “불필요하게 사용했던 공간까지 임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주요 은행들은 점포 통폐합을 통한 임대 가능 공간 확보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1월 중 서울 명동·목동·청량리 등 14개 지점과 3개 출장소, 1개 PB센터 등 모두 18개 영업점을 통폐합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남대문·무교동 등 6개 지점을 통폐합하기로 했으며, 농협은행도 같은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취임 후 “한 지점에 있는 여러 개 창구를 통합하는 식으로 지점 숫자보단 사이즈를 줄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외환은행과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인 하나은행은 두 은행의 지점별 영업 성과 등에 따라 일부 지점 이전·통폐합이 불가피하다. 하나은행은 2년 뒤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 신축이 끝나면 현재 외환은행 건물 내 일부 공간을 외부에 임대해줄 수 있다. 은행들이 오래된 점포의 건물 재건축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그동안에는 고층 건물을 지어도 임대할 수 없어 재건축은 엄두도 못 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점포 수를 줄여가는 경영 전략 트렌드에 따라 올해부터 임대용 공간을 만들기 위한 점포 통폐합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은행뿐만 아니라 한국에 진출하는 외국계 은행에도 수익
서울 중구 을지로2가 동양생명 빌딩을 매입한 중국건설은행(CCB)은 지상 12개층 가운데 상당 부분을 외부에 임대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서울에서 빌딩을 물색 중인 중국은행(BOC)도 대형 오피스빌딩을 사 일부는 지점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임대할 계획이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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