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가 1900선 초반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장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장세를 이끌어 갈 주도적인 재료가 없다보니 하루하루 코스피 방향을 결정짓는 재료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식이다. 도무지 갈피를 못 잡겠다는 투자자들을 위해 올 한해를 마무리할 수 있는 주식투자 전략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코스피 1900선 붕괴 위험 또 있나
지난 17일 심리적 지지선인 코스피 1900선이 장중 붕괴되며 많은 투자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당일 겨우 낙폭을 줄여 1900선에 코스피가 턱걸이 한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은 1900선이 또 언제 붕괴될 지의 여부에 쏠려 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1900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에 대해 "올 연말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이경수 투자전략팀장은 "장중 코스피가 1900선을 밑돈 이후 증시는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애초에 생각했던 심리적 지지선은 1880선 정도로 트레이딩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선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곧 현재 장부 가치 대비 시가총액의 비율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당 수준에서 크게 벗어난 적이 없어 더욱 신뢰할만한 지지선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대신증권 오승훈 투자전략팀장 역시 바닥을 찍은 코스피가 이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최근 주가는 일단 가격적으로 크게 조정을 받은 상태이고, 11월 중에는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고 반등 이유를 밝혔다.
특히 내달 증시 입성을 앞둔 삼성SDS와 제일모직 등의 기업 소식은 한 동안 주식시장에 발걸음을 끊은 투자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일으킬만한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오 팀장은 "연말까지 삼성 그룹사들이 대거 상장하면서 다시 한번 지배구조 이슈가 증시의 화두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며 "이는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신영증권 김재홍 자산전략팀장은 단기적으로는 1900선 붕괴 가능성이 또 있다고 예상했다.
김 팀장은 "투자자들 입장에서 투자 모멘텀이 현재로서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고민이 남아있고, 신흥국 대비 국내 주가의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비싼 편이어서 현재 주가인 1920~30선에서 1900선 밑으로 빠지는 것은 한 순간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낙폭 큰 대형주, 저가매수 기회인가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대형주의 주가가 큰폭으로 하락하면서 저가매수 기회가 온 것이냐는 의견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가매수 할만하다"고 평가했다.
대신증권 오 팀장은 "11월 첫째주가 지나면 자동차주 등은 저점을 딛고 다시 오를 것"이라며 "다만 반등 탄력이 문제로, 현대차의 한국전력 부지 고가 매입 논란에서 보듯 시장에서는 기업이 내부 현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도 주의깊게 보고 있다는 것이 드라난 만큼 현금 흐름과 또 기업 실적에 대해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팀장 또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형주의 현재 주가가 저가 매력이 있는 수준이라는 데 동의했다. 그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대형주의 주가가 최근 고꾸라진 이유는 실적부진이나 한전 부지 고가 매입 등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므로 이같은 요소만 사라지면 언제든지 반등의 기회는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강 팀장은 아울러 "대형주 못지 않게 증권주, 건설주, 엔터, 레져 등은 3,4분기 실적이 계속 좋을 것으로 예상돼 지금이라도 투자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신영증권 김 팀장은 낙폭 과대주에 대한 저가매수와 관련,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대형주의 경우 대부분 경기 민감업종인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매수를) 급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낙폭 과대주에 대해선 좀 더 기다렸다가 사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주가가 많이 빠진 종목이라고 해서 다른 섹터의 종목으로 아예 갈아타지 않는 이상 성급하게 팔 필요 역시 없다"고 조언했다.
◆기업들 실적 전망은 의견 엇갈려
대형주의 낙폭이 컸던 이유 중에는 3분기 기업실적 우려가 제기된 점이 꼽힌다. 따라서 향후 투자 전략을 짤 때 기업실적을 반드시 고려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신한금융투자 이 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진정세를 보이며 기업들의 실적 개선의 여력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1~3분기 기업들의 실적은 달러 기준으로는 양호한 편이었다"며 "그러나 실적을 원화로 환산하면 원화절상률이 -7%까지도 계산돼 3분기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4분기 원달러 환율이 1060원대 주변으로 현재 수준과 유사했던 점을 감안하면 4분기에는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인해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 팀장 의견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악화된 기업 실적이 3분기가 끝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강 팀장은 "전차주의 주가가 바닥은 바닥인데, 앞으로 기업 실적이 나아질 것이란 기미가 보이지 않아 문제"라며 "특히 4분기에는 연말을 맞아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므로 3분기보다 더 안좋은 실적을 가진 기업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3,4분기 기업들의 실적만 고려해 투자하기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략을 짜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고(高) 배당주 투자 전략 유효"…신배당지수 주목
연말이 다가올수록 주목받는 고배당주에 대한 투자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특히 초저금리 시대에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배당주 투자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 강 팀장은 "고배당주의 가격이 현재로서도 워낙 고가이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올 연말이면 국회에서 배당정책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연기금 투자가 이뤄지면서 배당주에 더 힘이 실릴 것"이라면서 배당여력이 높은 기업들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금융투자 이 팀장 역시 초저금리 시대에서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얻으려면 배당주 투자 전략 등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당국에서 지속적으로 배당확대에 대한 주문을 하고 있고 한국거래소에서도 신배당지수를 발표하는 등 배당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 무척 고무적"이라며 "시장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면 이 자금을 활용하려는 배당펀드와 같은 투자상품 개발도 활성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 의미에서 신배당지수에 포함되는 기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하지만 실제 정부 정책과 맞물려 기업들이 실제 배당을 확대할 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신영증권 김 팀장은 "고배당주 종목들을 보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많이 들어온 기업들이 많은데, 현재 정책만으로 해당 기업들이 실제 배당을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며 "실제로 배당이 늘어날 지는 향후 지켜봐야한다"고 지적했다.
대신증권 오 팀장은 "정부정책에 따르면 배당 세제 혜택 등은 2015년 결산 후 배당을 기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배당 혜택을 받기 위해 올해 꼭 배당을 확대할 필요가 없다"며 실제 배당 수익을 올리려면 내년까지 장기적으로 투자 전략을 펴야함을 강조했다.
◆중국 소비주 옥석 가려야…"기업 실적 확인은 필수"
전문가들은 화장품과 엔터주 등 중국 소비주를 주목해야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계 시장 수요를 고려했을 때 중국 소비주의 상당한 수혜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도나도 중국 소비주라는 카테고리에 묶여 있는 종목들 사이 옥석 가리기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조언했다.
대신증권 오 팀장은 "그 동안 워낙 중국 소비주를 중심으로 한 투자 쏠림 현상이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투자할 경우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 기업들의 실적을 필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강 팀장 역시 일부 음식료나 의류 종목의 경우 내년 초면 기업 실적이 꺾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주가 상승에 따른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는 지를 꼭 확인한 후 투자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대형주의 반등 기회를 생각
신한금융투자 이 팀장은 "연말까지의 투자 전략을 생각해본다면, 대형주처럼 최근 주가가 많이 빠진 종목일수록 더 많이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의 무게 중심을 국내 대형주로 옮겨올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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