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사도 되니까 모델하우스에 잠시 들렀다 가. 용돈벌이 하려고 나왔는데 녹록치 않네. 우리 이거 해봤자 인(고객)당 4000원 밖에 못 받아.”(발산역 인근의 한 50대 분양 호객 아르바이트)
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서 마곡역 사이 대로변, 1.5km가 채 되지 않는 거리에는 마곡지구에 분양하는 오피스텔(또는 호텔)을 홍보하기 위해 나온 일용직 근로자(아르바이트)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횡단보도는 물론 외진 곳까지 붉은 조끼를 입은 사람부터 정장 차림까지 각양각색이다.
마곡지구에 오피스텔 공급물량이 쏟아지다보니 이들은 서로 행인을 자기 현장으로 데려가기 위해 안간힘이다. 덕분에(?) 발산역을 나서면 채 열 발자국을 옮기기 무섭게 여러 팀이 달라붙어 판촉물을 나눠주는 것은 물론 서로 자기의 견본주택으로 유인하려는 실랑이가 벌어진다.
↑ [발산역 인근에서 가운데 붉은 조끼를 입은 오피스텔 분양상담원이 행인에게 접근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10월 초 마곡나루역 인근에서 정지신호를 틈다 차도로 뛰어든 오피스텔 분양 상담사가 신호대기 중인 승용차 안으로 전단지를 건네는 모습] |
상황이 보여주듯 최근 마곡지구 오피스텔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정부가 지난 2월에 발표한 ‘2.26 주택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직후, 임대소득 과세에 대한 정책 영향으로 침체일로를 보이던 당시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지난 4월 당시 마곡지구에 분양했던 A업체 관계자는 “평일에도 투자문의나 방문객들은 넘쳐난다”면서 “이들 대부분은 가격이나 입지에 만족해도 매입 결정을 망설인다”고 말했다.
6월 분양을 시작한 마곡지구의 한 대단지 오피스텔 역시 미분양이 발생해 선착순 계약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마곡지구 오피스텔 시장은 정상화를 넘어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마곡지구에는 지금까지 26개 블록에서 1만1448실이 공급됐다. 이중 올해물량만 8955실에 달한다. 이처럼 많은 물량이 쏟아지다보니 판매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게 ‘조직분양’이다. 마곡지구에 공급 중인 오피스텔 중 상당수가 암암리에 ‘조직분양’을 통해 거래된다.
조직분양 상담사들은 계약 성사 시 ‘신규 물량’인지 혹은 ‘미분양 물량’인지에 따라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400만원의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계약건수가 두 자릿수를 넘어서면 웬만한 직장인 연봉을 단기간에 벌 수 있다.
이들은 정식으로 분양대행사에 소속된 이들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 이전이 자유롭다. 때문에 가끔 회사와 직원간 얼굴을 찌푸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달 마곡지구에서 분양한 모 시행사 대표가 현장 마감 전에 이전한 상담사들에게 수수료를 반밖에 지급하지 않아 문제가 된 사례도 있다.
이들은 사비를 들여 개인 문의 전화번호로 광고를 집행하기도 하고, 앞서 언급한 사례와 같이 일용직 근로자가 견본주택으로 투자자를 데려오면 현란한 언변을 발휘해 계약을 체결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고객 당 4000원은 당연한 투자비일지 모른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마곡지구 오피스텔이 완판행진을 이어가는 요인은 대기업 입주 등 마곡지구 자체의 개발호재와 탄탄한 배후수요 때문도 있지만 적게는 수십, 많게는 백여 명이 투입되는 조직분양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고 귀띔했다.
[서울 마곡지구 = 매경닷컴 이미연·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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