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기
<극지 20년, 남극 세종기지를 가다>-
매일경제신문 김은표 기자 출연
앵커멘트]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인지 기억나십니까? 바로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전화를 해서 앞으로 1년간 기지를 지킬 17명의 월동대원들을 격려한 일인데요. 남극 세종기지는 지난 2월 17일로 벌써 설립 20주년을 맞았다고 합니다. 이 시간, <극지 20년, 남극세종기지를 가다>라는 주제로 남극 세종기지의 현주소를 알아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남극 현지를 직접 취재한 매일경제신문 김은표 기자 나오셨습니다.
문1) 남극 세종기지가 설립된 지 벌써 20년이 됐군요. 남극이라고 하면 우선 남반구의 멀고 먼 동토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종기지의 정확한 위치는 어떻게 되나요?
s. 극지 20년, 남극 세종기지를 가다
-세종기지는 남극대륙에서 길게 뻗어나온 남극반도와 마주하고 있는 남쉐틀랜드군도 킹조지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위도와 경도로는 남위 62도 17분, 서경 58도 47분으로 남미 최남단 도시인 푼타아레나스에서도 비행기로 3시간30분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세종기지가 남극 대륙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 북위 60도 이상과, 남위 60도 이상을 북극권과 남극권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세종기지는 남극에 위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킹조지섬에는 극지연구를 위해 한국 외에 칠레 중국 우루과이 러시아 아르헨티나 페루 브라질 등 여러 국가들이 과학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남극 연구의 중심지입니다.
문2) 세종기지까지 가는 시간도 오래 걸릴 것 같은데요. 남극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주로 어떤 경로를 통해 세종기지에 들어가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은 킹조지섬에서 유일하게 활주로를 운영하고 있는 칠레와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습니다. 기자도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리스, 칠레 산티아고를 거쳐 남미의 최남단 도시인 푼타아레나스까지 이동했습니다. 푼타아레나스에서는 통상 칠레 브라질 우루과이 등 공군에 탑승 비용을 내고 화물기편으로 킹조조지섬으로 들어갑니다. 남극의 기상 상태가 악화될 경우가 많기 때문에 푼타아레나스에서 남극에 가기 위해 며칠씩 대기하는 일도 흔합니다. 그러나 세종기지까지 가려면 맥스웰만의 거친 바다를 고무보트로 다시 한번 건너야 합니다. 고무보트로 이동하는 시간은 30~40분이지만 강풍과 높은 파도가 수시로 발생하는 구간이어서 대원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문3) 김 기자가 세종기지를 방문한 기간 중에 조촐하지만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고 들었는데요...?
-네. 지난달 17일 세종과학기지에는 20년 전 남극에 울려 퍼졌던 애국가를 기억하면서 눈가가 촉촉해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기지 설립 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했던 당시의 설립 주역들이었는데요. 한국 최초의 남극관측탐험대장을 맡았던 윤석순 한국극지연구진흥회장, 초대 극지연구실장을 지낸 박병권 한국극지연구위원회 위원장, 기지 설립시 주무 기관장과 건설단장을 지낸 허형택??송원오 전 해양연구원 원장 등이 설립 20주년 기념행사에 직접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월동대원들의 임무수행을 돕기 위해 고무보트 1대와 4륜 오토바이 2대를 기증하면서 대원들과 기지 대수선 공사를 수행 중인 신창건설 관계자들을 격려했습니다.
윤석순 한국극지연구진흥회 회장의 말씀을 들어보시죠.
[윤석순 회장 인터뷰 보고...]
윤석순 한국극지연구진흥회 회장(36“)
- 지난 20년을 뒤돌아보고 앞으로의 20년, 100년을 향해서 우리 극지대원들이나 정부 모두가 냉정한 반성 위에 무엇을 어떻게 하면 다른 나라보다 앞서갈 수 있는가를 뒤돌아보면서 제 2의 도약을 위한 길을 찾아내는 것이 오늘 기념식의 의의이다...
문4) 한국의 극지연구 20년. 사람으로 치면 청년으로 성장한 셈인데요. 그동안 세종기지가 거둔 대표적인 성과도 소개해 주시죠.
-우선 한국이 400년간 사용할 수 있는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세종기지 인근 바다에서 발견한 것을 대표적인 성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불타는 돌로 불리는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미래에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화석연료로 불리는 물질로 특히 세종기지 인근의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집적도가 높아 동해의 가스하이드레이트 보다 경제성이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극지의 생물이나 미생물을 이용해 거둔 성과도 주목할 만 합니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해빙에 존재하는 미세조류가 합성하는 결빙방지단백질을 이용해 인간의 혈액을 안전하게 냉동보관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 있습니다. 자외선을 잘 견디는 성분을 남극의 토양, 빙하, 해조류 등으로부터 추출해 화장품에 적용한 연구도 있습니다. 이밖에 운석탐사대가 지난해와 올해 남극의 빙하에서 운석을 발견한 것도 훌륭한 성과입니다. 한국은 남극에서의 운석발견으로 세계에서 5번째로 운석을 보유한 국가가 됐고, 앞으로 태양계 탄생의 신비를 풀 수 있는 기초 자료도 확보하게 됐습니다.
문5) 극한 남극 환경에서 1년 이상 지내야 하는 대원들은 어떤 자격을
지닌 사람들인가요? 선발 과정도 까다로울 것 같은데요?
-세종기지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남극의 여름철을 이용해 들리는 하계 방문자와 월동대원으로 나뉘는데요. 우리가 흔히 세종기지 대원으로 알고 있는 인원이 바로 월동대원들입니다. 이들은 13~14개월간 남극에서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 만큼 엄격한 선발과정을 거쳐 대원명단에 이름을 올립니다. 선발대는 매년 12월, 본진은 매년 1월 세종기지로 출발하지만 출발 5~6개월 전에는 차기년도 월동대원 구성이 모두 완료되고 남극 적응을 위한 훈련과 준비에 들어가게 됩니다. 월동대원 모두 남극을 연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종기지가 제대로 운영되고 기지를 찾는 연구자들을 잘 지원할 수 있도록 기지운영을 맡은 직역별 대원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인데요. 지구물리 생물 천문대기 대기환경 등을 전공하는 석박사 과정의 연구자 외에 전기기계설비와 발전, 전자통신, 중장비 운전과 수리, 조리 등 업무를 담당하는 대원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문6) 세종기지에는 혹한 뿐 아니라 강풍과 눈보라도 심하다고 들었는데요.
직접 가 보시니 날씨가 어떻던가요?
-사실 1월과 2월은 남극으로 치면 삼복더위라고 할 수 있는 한여름 입니다. 월동대원들의 어려움과 외로움은 밤이 길어지고 본격적인 남극의 추위가 시작되는 4월부터 시작됩니다. 섭씨 영하 20~30도로 기온이 내려가고 초속 15?? 이상의 강풍이 불면 체감기온은 영하 40도 이하로 내려갑니다. 혹한과 눈폭풍이 잦아지면서 세종기지를 찾는 연구자의 발길이 끊기고, 인근 외국기지와의 교류도 줄어들기 때문에 일부 대원은 세종기지의 고립된 생활을 원양어선이나 군대생활에 비유합니다. 때로는 일주일 넘게 부는 눈폭풍 블리자드에 갇혀 폐쇄공간에서 활동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컨테이너 박스처럼 생긴 기지 내부는 따뜻하고 지낼만 했습니다.
문7)실제 대원들이 생활하는 기지안의 모습과 생활은 어떤지요?
-기지에는 숙소동 외에 연구동, 식당과 휴게실이 있는 생활동, 발전동과 창고동 등으로 구성돼 있었고 뜨거운 샤워가 가능한 목욕탕도 있었습니다. 대원 중에는 요리를 업무를 맡은 전문가도 있기 때문에 세종회관으로 불리는 식당에서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 한식도 제공합니다. 기자도 며칠동안 기지에 머물면서 목욕탕을 이용했는데요. 창밖으로 세종 기지 앞에 밀려온 유빙과 멀리 보이는 빙벽을 바라보면서 뜨거운 샤워를 하는 기분은 묘한 즐거움을 줬습니다. 월동대장이 음주를 허락한 날은 세종기지 앞으로 떠 밀려온 유빙을 건져 잘게 부순 뒤, 소주와 양주와 함께 마시는 세종기지 온더락스'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수천년 전의 공기를 머금고 있는 얼음안 기포가 탁탁 터지는 소리는 술맛을 더 좋게 만들었습니다.
문8) 정부가 남극대륙에 제2 과학기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미 세종기지가 있는데 새로운 기지를 꼭 건설해야 하는 건가요?
-사실 남극 킹조지 섬 세종기지는 남극권에서는 위도가 높지 않고 상대적으로 따뜻한 아남극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남극에 대한 기초정보와 지식이 없었던 한국이 극지에 대한 경험을 쌓기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고위도에서만 가능한 오로라, 지구자기, 천문, 빙하 등 극지 본연의 연구 활동을 할 수 없는 지리적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남극 연구를 보다 활성화 하기 위해 아문센 해역 등 남극 본 대륙의 위도 70도가 넘는 고위도 지역 4곳을 제2과학기지 후보지로 검토 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20여명에 이르는 각 분야 연구원들이 러시아 쇄빙선을 타고 후보지인 아문제 해역에서 1월부터 2월까지 후보지 선택을 위한 조사를 마쳤습니다. 앞으로 남극대륙에 제2기지가 설립되면 세종기지는 해양 관련 연구와 해저 자원탐사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21차 월동대를 이끌고 있는 홍종국 월동대장의 말씀을 들어보시죠
[홍종국 세종기지 21차 월동대장 인터뷰 보고]
홍종국 세종기지 21차 월동대장(23“)
- 2009년도에 쇄빙선이 건조가 되고 2012년경에 남극대륙에 기지가 완공이 되면 극지 연구는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향후 10년 후에는 세계적인 극지개발연구기관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문9) 남극에 대한 강대국들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배경이 있나요?
-네. 최근 고유가의 지속과 화석연료의 고갈, 지구온난화 연구가 국제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냉전 종식 이후 잠시 휴식기에 들어갔던 남극에 대한 각국의 연구와 탐사 경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남극에 기지를 두고 있는 각국 정상은 현장을 직접 방문해 남극의 영유권 확보 경쟁과 지하자원 개발이라는 미래의 가능성에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기자가 세종기지에 처음 도착한 지난달 15일에도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자국의 남극기지를 처음 방문해 기지 관계자들을 격려했습니다. 중국과 일본이 남극에서 벌이고 있는 빙하 시추 경쟁도 주목됩니다. 중국은 남극대륙내 종샨기지 인근 고지대에 새로운 기지를 건설하고 3500?? 깊이의 빙하와 지각을 시추하는 `팬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경제산업성 산하의 석유개발공사가 남극대륙 전체 대륙붕의 지질과 자원조사를 마친 상태입니다. 향후 남극개발에 있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기본 지도를 움켜 쥔 셈입니다. 한국 역시 범 정부적인 지원과 함께 국민들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 네, 잘 들었습니다. 이상 남극 세종기지를 취재하고 돌아온 김은표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