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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법조팀 우종환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현직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도 이례적인데 이걸 또 거부하는 것도 이례적입니다, 우 기자, 이런 적이 있었나요?
【 기자 】
법원이 현직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 헌정 사상 최초입니다.
발부가 최초니 뒤이어 나온 거부행위 역시 역사상 처음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질문 2 】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따져보기 전에 궁금합니다,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인데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거부하는 경우 있었습니까?
【 기자 】
있을 수 없는 일 같지만 의외로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김민석 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죠. 지난 2008년에는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는데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거부하고 당사에서 한 달간 농성했습니다.
▶ 인터뷰 : 김민석 /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 (2008년 11월)
- "이런 걸 가지고 구속수사까지 하겠다는 검찰은 사법기관이 아니라 사실상 여당 비위를 맞추는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검찰일 뿐입니다."
【 질문 3 】
대통령은 아니어도 정치인들이 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었네요?
【 기자 】
그렇습니다, 2004년에는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구속영장 집행을, 2000년에는 정형근 전 한나라당 의원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버텼는데 둘 다 결국 불구속 재판을 받았습니다.
정치인은 아니지만 2015년에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에서 버틴 전례도 있습니다.
【 질문 4 】
이런 예들이 있으니 윤 대통령도 버텨보려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 거부를 법치라고 주장한다면서요. 무슨 논리인가요?
【 기자 】
맞습니다, 체포영장을 청구한 쪽도, 발부한 쪽도 모두 권한이 없다 그러므로 불법 체포영장이니 따르지 않는 게 법치라는 겁니다.
먼저 청구한 쪽, 공수처죠.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는데 내란죄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으니 무효라는 게 첫 번째입니다.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명시되진 않았지만 수사권이 있는 직권남용의 관련범죄로 수사를 할 수 있다, 이를 법원도 인정했기 때문에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입장입니다.
【 질문 5 】
그럼 체포영장을 발부한 쪽, 서부지법은 왜 문제삼는 겁니까?
【 기자 】
원래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을 발부해야 하는 거지 서부지법이 발부한 건 무효라는 겁니다.
공수처법을 보면 재판관할이 서울중앙지법으로 돼 있는 건 맞습니다. 다만 범죄가 일어난 지역 등을 고려해 관할 법원으로도 갈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1번 원칙을 안 지켰으니 무효라고 하지만 공수처는 범죄가 발생한 지역이 용산이기 때문에 관할법원에 청구한 건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 질문 6 】
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법 판사를 고려했다는 얘기가 있다면서요?
【 기자 】
일각에서는 체포영장을 발부한 걸로 알려진 이순형 부장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모두 서부지법 출신인 걸 고려한 게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오긴 합니다.
다만, 공수처 측은 영장 발부를 어느 판사가 하는지 예측할 수 없고, 이 부장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란 것도 보도가 나오고 알았다며 일축했습니다.
결국 윤 대통령 측이 노리는 건 이미 법적으로 발부된 체포영장의 권위를 떨어뜨리기 위해 청구한 쪽도, 발부한 쪽도 문제 삼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 인터뷰 : 윤갑근 /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
- "(대통령께서 법치주의 강조하셨는데 수사에 응하지 않으시는 건 내로남불로 볼 수 있는 게 아닌지?) 무너진 법치주의를 세우는 과정이라 보시면 됩니다. 지금 사법체계가 엉망으로 됐습니다."
【 질문 7 】
결국 공은 공수처에 있는 것 같습니다. 체포영장을 거부하면 집행하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 기자 】
공수처는 일단 집행을 어떻게 할지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내일 오전 오동운 공수처장이 입장을 밝힌다고 하는데 저희가 취재해보니 영장집행에 협조해달라고 촉구하는 수준의 정제된 메시지가 될 거 같다고 합니다.
즉, 당장 집행에 나서기보단 영장 유효기간인 오는 6일까지 조금 더 신중하게 움직이려는 걸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우종환 기자였습니다. [woo.jonghwan@mbn.co.kr]
영상편집 : 이우주
그래픽 : 양문혁, 심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