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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1 】
고려아연 측 기자회견, 잠시 들어봤습니다.
산업부 한범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한 기자, 오늘 기자회견에서 핵심 내용 좀 정리해 주시죠.
【 기자 1 】
네, 한 마디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경영권 인수에 반대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선 고려아연은 자동차와 철강, 반도체에 들어가는 비철금속을 주로 만들고 있어 우리나라에 없어선 안 될 기간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만약 경영권이 넘어가면, "우리의 핵심 기술은 순식간에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다",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절박한 호소'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현장 분위기가 달아오른 모습이었습니다.
또 MBK파트너스가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을 차지하면, 사모펀드 사의 특성상, 장기 투자는 하지 않고, 단기 이익을 거두는 데만 몰두할 거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에는 이제중 부회장과 함께 핵심 기술 인력들이 참가했는데, 현 경영진과 함께 할 것이라는 다짐도 했습니다.
【 앵커 2 】
그런데 경영권 분쟁 당사자는 최윤범 회장인데, 이제중 부회장이 대신 나왔습니다. 이건 어떤 의미인가요?
【 기자 2 】
이제중 부회장은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죠.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경영권을 차지한다고 해도, 이처럼 본업에서 최고 전문성을 가진 임직원이 등을 돌리면, 인수한 의미가 사라진다는 걸 강조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 앵커 3 】
영풍 장씨 가문과 고려아연 최 씨 일가는 절친한 동업자 사이였잖아요. 그런데 장 씨 일가가 사모펀드를 끌어들일 정도로 관계가 안 좋아졌거든요. 왜 이렇게 갈등 관계로 바뀐 건가요?
【 기자 3 】
2년 전,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두 집안이 갈라졌습니다.
회사 경영 방향을 둘러싸고 장형진 고문과 최윤범 회장의 의견이 달라졌거든요.
고려아연 지배 구조를 보면, 현재 최대 주주는 장 씨 일가입니다.
최근 영풍그룹 경영에 어려움을 겪은 장형진 고문 측에서는 고려아연에 배당금을 더 많이 요구했죠.
그런데 최윤범 회장은 신재생에너지나 이차전지 등 투자를 위해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며, 영풍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했죠.
이렇게 감정 대립이 격해지면서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겁니다.
【 앵커 4 】
그렇군요.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잡으면, 우려되는 점은 뭔가요?
【 기자 4 】
첫 번째로,고려아연 직원들의 처우가 안 좋아질 수 있습니다.
사모펀드 사에게는 눈에 보이는 수익이 특히 중요하죠.
바로 성과를 내려면, 무리하게 직원들을 정리할 수 있고, 업무 강도도 늘릴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MBK파트너스가 나중에 고려아연을 외국에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국가 역량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을 다루는 곳이죠.
철 생산에 필요한 아연, 이차전지 소재에 들어가는 니켈 등을 제련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이 외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커진다는 것 자체가 리스크입니다.
이에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을 10년 이상 오래 경영해 키우겠다"면서, "최윤범 회장이 벌여놓은 불필요한 투자만 없애겠다"고 반박했습니다.
영풍도 "모든 임직원의 고용관계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앵커 5 】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가 다음 달 4일까지잖아요. 전망 들어보겠습니다.
【 기자 5 】
말 그대로 '쩐의 전쟁'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공개매수가가 66만 원인데, 오늘 10시쯤 주가가 68만 원입니다.
MBK가 경영권 확보에 2조 원 정도 들 것으로 추정했는데, 최대 1조 원은 더 필요할 것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리고 아직 지지 의사를 확실히 밝히지 않은 주주들을 향해 구애 경쟁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영풍은 MBK와 한 편이고, 고려아연은 현대차, 한화 등이 우호 세력이죠.
국민연금이 상당한 주주인데, 여기는 의사 표명을 안 할 것 같고요.
다른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국내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구애가 계속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