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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이혼 한 상태여도 혼인 무효 처분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에 대해 법조팀 현지호 기자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일단 개념부터 정리할게요. 이혼과 무효인 혼인은 뭐가 다른가요?
【 기자 】
얼핏 보면 비슷한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법적으로는 엄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혼인관계가 이혼을 통해 사라지더라도, 이 효력은 이혼 이후에만 발생하기 때문에 이혼 전 혼인을 전제로 발생한 법률관계는 계속 유효합니다.
하지만 혼인을 무효로 해버리면 처음부터 혼인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결혼을 해서 남녀가 같이 사는 동안에 발생한 일들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이혼 이후에도 계속된다는 건데요.
하지만 혼인 무효는 처음부터 혼인의 효력이 아예 없던 셈이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 질문 2 】
법률관계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 기자 】
형법상 '친족상도례'라는 제도가 있는데요.
부부나 4촌 이내 인척 간에 발생한 재산범죄에 대해서는 따로 고소를 해야만 공소 제기를 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결혼을 했다고 가정하면 장인어른이 저에게 사기를 쳤을 때 제가 고소를 안 하면, 수사기관에서 장인의 범죄 사실을 인지해도 재판에 넘길 수가 없습니다.
이혼을 하더라도 혼인 상태에서 발생한 사기죄이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선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었는데요.
하지만 혼인 무효가 되면 혼인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되기 때문에, 고소를 하지 않아도 기소가 가능해집니다.
【 질문 3 】
지금까진 가사와 관련된 빚이 있다면 이혼을 하더라도 배우자에게 연대책임을 물었잖아요. 그런 일도 사라지겠네요?
【 기자 】
네, 사안마다 다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혼인 관계에 있을 때는 일상가사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게 되죠.
한쪽이 돈을 빌리거나 대출을 하면 이런 비용을 부부가 함께 부담해야 하는데요.
혼인 무효가 되면 이 책임에 차이가 생깁니다.
전문가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김재환 / 변호사
- "남편이 부부가 같이 생활할 주택에 월세 계약을 하면, 집주인이 아내에게도 월세를 달라고 할 수 있거든요. 이거는 이혼을 했어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혼인이 무효라고 하면 집주인은 계약 당사자인 남편에게만 월세를 달라고 할 수 있고, 애초에 부부가 아니었던 아내에게는 월세를 달라고 할 수 없죠."
【 질문 4 】
그러면 이혼 후 한쪽이 아이를 키우면서 양육비를 다른 배우자에게 받고 있는 경우는, 혼인 무효시 영향을 받게 되나요?
【 기자 】
그건 아닙니다.
이혼이냐, 혼인 무효냐, 이건 부부 관계에 대해 적용되는 것이고요.
양육은 부모 자식 간, 즉 부모가 자녀에게 갖는 의무이기 때문에 이혼이든 혼인 무효이든 차이가 없습니다.
혼인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는 자녀를 키우지 않는 아버지에게 양육비를 여전히 청구할 수 있는 거죠.
【 앵커멘트 】
앞으로 이 판결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 같네요. 지금까지 현지호 기자였습니다.
[hyun.jiho@mbn.co.kr]
영상편집: 김혜영
그래픽: 유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