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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내면의 성과 생물학적 성이 일치하지 않는 트랜스젠더는 주민등록번호의 성별과 보이는 모습이 달라 늘 불안에 떨며 삽니다.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 드러날까봐서죠.
차별과 혐오의 시선에서 벗어나려면 최소한 주민증의 성별을 바꿔야 하는데, 국내 법원의 정정 기준은 가혹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수술을 강요 받는 겁니다.
이혁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50대 중반인 트랜스남성은 학창 시절 교복 치마가 입기 싫어 고등학교를 중퇴했습니다.
자살 시도만 두 차례, 주민등록증의 '2'라는 숫자는 철저히 숨기고 남자로 사는 삶을 언제 들킬지 몰라 늘 불안했습니다.
이 트랜스남성은 법원에 성별 정정을 신청했지만 계속 거부당하고 있습니다.
가슴을 절제하고 자궁을 적출했지만, 외부성기가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기저질환 탓에 의사는 수술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트랜스남성
- "제가 여자로 태어난 게 저주 같아요. 수술받다가 죽더라도 할 건데, 그거 하나만, 나 죽을 때 남자로 죽는 거, 나라에서 인정해주는…."
지난 2월 15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는 "정신적 요소가 성 정체성 판단의 근본 기준"이라며 이례적인 판결을 내놨습니다.
성별 정정을 위해 성기를 바꾸는 수술이 필요 없다는 건데, 관련 논문까지 낸 담당 판사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해가 깊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법원에서는 대부분 대법원이 2006년에 정한 '생식능력 상실'과 '외부성기 수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학병원에서도 젠더 클리닉을 열어 성확정 수술을 하지만, 이를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의료계는 지적합니다.
▶ 인터뷰 : 황나현 /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
- "워낙 혈액 순환이 좋은 부위다 보니까. 재건을 하고 적출을 하고 여러 가지 과정이 있기 때문이 출혈이 많고 큰 수술이죠."
유엔인권이사회에서도 가혹한 성별 정정 요건을 완화하라고 권고하는 만큼 국회에서 관련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 인터뷰 : 박한희 / 변호사 (트랜스여성)
- "수술을 포함해 정신과 진단도, 어떤 판단도 없이, 개인의 신청만으로 바꿔주는 나라들이 늘고 있습니다. 2015년에 아르헨티나가 최초로 법을 만들었고, 최근에 스페인에서도 동일한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성확정 수술은 물론 호르몬 치료까지 의학적 관리 비용은 수천만 원에 달합니다.
트랜스젠더는 건강보험료를 내는 일반 국민이지만, 정부는 생명과 직결하지 않는 문제라며 보장을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가운데 자살 시도를 한 경우는 48%로 절반에 가깝습니다.
▶ 인터뷰 : 이은실 / 순천향대 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 "우울감, 자살에 대한 생각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성별 불쾌감을 해소하기 위한 호르몬 치료와 수술 치료는 의학적으로 굉장히 필수적입니다."
내면의 성별과 외부로 보이는 모습이 다른 탓에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트랜스젠더는 25만 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이혁준입니다.
영상취재: 이권열 기자, 임채웅 기자, 김회종 기자, 김준모 기자
영상편집: 이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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