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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이란 바늘이 들어갈 때는 자신의 혼을 집어넣고 나올 때는 정성을 다해야 하느니라'
조선 시대 왕실 의복을 만들던 상의원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한복을 통해 구현된 아름답고 화려한 한국의 미를 잘 보여줍니다.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에서 일본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고 사형집행을 앞둔 안중근 의사에게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전해준 마지막 선물도 손수 한 땀 한 땀 바느질해서 지은 한복이었습니다.
한복은 단순한 옷을 넘어선 우리의 민족혼이고, 정체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겠지요.
사흘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이 한복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정치권 반응은 천차만별입니다. 여느 때처럼 여와 야가 갈렸냐고요? 아닙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반중 정서를 의식해서인지 여야는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을 하는 반면, 정부는 제대로 된 항의 한마디 못하고 중국 눈치를 살피고 있거든요. 한복을 입고 바로 그 장소, 그 개막식에 참석했던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싸우자고 덤벼드는 순간 실익이 뭐가 있느냐'라며 항의 한마디 하지 않았고, 외교부 역시 엉거주춤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중국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가 한복을 입는 건 맞지만, 우린 이런 대형 국제무대에 화교가 입는 중국 전통 옷을 내보내진 않습니다.
중국의 꾸준한, 이런 문화공정 때문일까요, 얼마 전 미국의 유명 패션지 보그는 한복풍 의상을 중국 한족의 의상이라고까지 소개했습니다.
국민이 정부를 세우는 건, 국민을 대표해달라는 건데, 집요한 역사 문화 왜곡을 일삼는 중국에, 냉정하고 침착한 어조로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하는 용기를, 우린 언제쯤이나 볼 수 있을까요.
청와대는 한복 논란에 대해 관련 부처에서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만 밝혔는데, 이런 침묵이 금이 될지, 독이 될지, 그때를 잘 구분했는가, 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판단은 국민이 할 겁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한복이 '한푸'라고?'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