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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법이 통과된 수술실 CCTV 못지 않게 의료 분쟁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병원의 의무기록지입니다.
환자들이 어떤 진료를 어떻게 받았는지 알 수 있는 기록인데, 일부개선되기는 했지만 나중에 병원에서 이를 고쳐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만일 의료사고가 일어나면 환자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거죠.
김보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 2014년 30대 A 씨는 대학 병원에서 수술을 받다 뇌사에 빠져 숨졌습니다.
전공의 B 씨가 A 씨에게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과다투여한 것으로 드러났고, 당시 이 사실이 병원에 보고됐습니다.
하지만 정작 사고 당일 경과기록지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습니다.
▶ 인터뷰 : 장성학 / 고인 유가족
- "교수가 (병원에) 펜타닐 과다투여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를 드렸다는 걸 재판과정에서 알았습니다. 사망진단서나 서류에는 펜타닐이라는 말이 전혀 언급이 없어요."
경과기록지엔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습니다.
A 씨는 12월 31일까지 성형외과에 입원했다가 수술 직후 내과로 옮겨졌습니다.
그런데 12월 기록지가 작성된 곳은 성형외과가 아닌 내과로 표시돼 있었습니다.
수술 뒤 기록지가 다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피해자 측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성형외과에서 수술 도중 숨진 권대희 군 사례도 비슷합니다.
집도의가 옆방으로 수술을 보러 간 사이, 다른 의사가 대신 수술을 이어갔지만 이 사실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 인터뷰 : 이나금 / 고 권대희 군 어머니
- "유령의사 들어와서 수술하는 게 화면에 두 시간 이상 다 찍혔잖아요. 의무기록지도 의사들이 적잖아요. 엉터리로 쓴 걸 가지고 싸우면 이길 수가 없죠."
현행법상 의무기록지를 고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허위 기재 논란이 계속되자 수정할 때 원본도 함께 보관돼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습니다.
하지만, 정작 수정 사유나 기록 방법 등 구체적인 시행 규칙은 없어 의사가 어떤 이유로 고쳤는지 환자들은 알기가 어렵습니다.
▶ 인터뷰(☎) : 정이원 / 의료법 전문 변호사
- "뒷받침할 수 있는 규칙이 정비돼야하는 데 그게 없습니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수기 차트로 쓰는 곳도 많고 수정 전이랑 후를 다 남겨놓을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이 구축이 안 돼서…."
환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환자와 의료진 간에 의료 분쟁을 줄이기 위한 세부 규칙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MBN뉴스 김보미입니다. [spring@mbn.co.kr]
영상취재: 임채웅 기자· 김회종 기자
영상편집: 이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