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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세 가을 기운이 완연해졌습니다. 아직 추석연휴 피로에서 못 벗어나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여유있게 문화생활 즐기시면서 주말 보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 볼거리와 가볼만한 곳,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김천홍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홍)안녕하세요.
박)추석 때 영화들이 정신없이 쏟아졌는데 이번 주는 좀 어떻습니까?
홍)말씀하신대로 지난 추석 연휴에는 영화들이 징글맞게 많았는데요.
연휴까지 길고 해서 오랜만에 대박작품이 여러 개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 봤지만, 관객들의 눈은 냉정했습니다.
연휴 마지막날까지 흥행 1위가 150만 명이 채 안 됐거든요.
긴 연휴라서 어디 놀러가신 분들이 많은 탓도 있지만, 이제 진짜 영화는 재미있지 않으면 관객들이 찾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이번 주는 다시 숨고르기를 좀 하는 모양새입니다.
아니, 개봉작들은 적지 않습니다만 일반 관객들이 개봉관에서 만나보기 쉽지 않은 저예산 한국영화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버 주에는 딱 두 편 가져와봤습니다.
「먼저 코미디 영화 '방가? 방가!'입니다.」
박)포스터가 상당히 웃기던데요. 코미디 영화인가 보죠?
홍)네, 그렇습니다. 좀 전에 포스터 이야기 하셨지만 상당히 흔치 않은 모습이죠.
잘 생긴 배우의 모습도 아닌데 단독샷을 잡아놨단 말이죠.
다 이유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얼굴로 먹고 산 이야긴데요.
주인공 태식은 충청도 산골에서 상경한 청년인데요.
없는 형편에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고 맙니다.
그런데 아주 우연한 계기로 해서 외국인 신분으로 공장에 취업을 하게 됩니다.
동남아 스타일의 외모 덕을 본 건데요.
이래저래 얽히고 설키면 들키기 쉬우니까 들통나지 않으려고 짜낸 아이디어가 부탄사람으로 위장하는 겁니다.
자, 그러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인데요.
사실 영화의 주제는 무겁습니다.
청년실업과 이주노동자라는 쉽지 않은 소재를 다뤘는데요.
그러나 영화는 시종 유쾌합니다.
일각에서는 어디서부터 웃고 어디서부터 울어야할지모르겠다고도 하시지만, 그만큼 영화는 쉽게 다가옵니다.
이주노동자를 다룬다고 하니까 자칫 우리와는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전혀 그렇지는 않습니다.
쉽고 재미있고 웃기는 이야기. 그 속에 진지한 메시지와 감동을 담았는데요.
사실 따지고 보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영화고, 군데군데 허술한 점도 눈에 띄지만 그냥 딱히 흠집을 잡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착한 영화입니다.
특히 첫 주연을 맡은 김인권 씨. 지난해 '해운대'를 보신 분들이라면 말썽꾸러기 오동춘 캐릭터를 기억하실 텐데요. 이번에도 그야말로 발군의 코미디 연기를 보여줍니다.
오랜만에 가슴 따뜻하고 유쾌한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면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진지하다고 해서 꼭 재미없으란 법 없다는 사실.
저예산 영화라고 해서 별로 일 거라는 생각은 편견일 거라는 사실.
아마 알게 되실 만한 작품입니다.
박)네, 저도 사실 무슨 영화인지 전혀 몰랐는데 굉장히 호감이 가는 영화네요. 날도 쌀쌀해졌는데 따뜻한 영화가 좋죠. 다음은 어떤 영화입니까?
홍)「다음은 가을에 어울릴 만한 영화입니다. 제목부터 좀 특이한데요. ‘먹기사’입니다.
」박)중세시대 기사 이야기입니까 뭡니까?
홍)아, 네 그건 아니고요. 왜 예전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도 줄여서 ‘놈놈놈’이라고 했잖습니까? 마찬가지로 줄인 말이고요. 원래 제목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입니다.
박)제목이 훈계조 비슷한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내용입니까?
홍)‘귀여운 여인’으로 잘 알려진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았고, 포스터를 보면 로맨스 영화 같습니다만 영화는 나름대로 진지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뭐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여성 리즈는 한 순간 모든 삶에 회의를 느낍니다. 내가 제대로 살고 있나... 하는. 대개 30대들이 느끼는 그런 거죠.
그래서 결국 이혼을 하고 무작정 1년간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래서 제목처럼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게 되는데요.
이탈리아에서는 그동안 억눌려 있던 식욕을 마음껏 발산하고 인도에서는 그렇게 찐 살을 기도로 빼고 발리에서는 다시는 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사랑을 하게 됩니다.
후반부에 로맨스가 좀 나오긴 하지만 한 여성의 성장영화에 가깝습니다.
이탈리아와 인도, 발리의 이국적인 풍경들이 눈길을 잡아 끌고, 간간이 유머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주인공 여성의 성장기가 너무나 뻔하게 그려진다는 건데요. 서양 사람들한테는 신기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에는 별 감흥이 없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남녀 관객 사이에 호불호가 크게 엇갈릴 것 같은데요.
여성분들에게는 일종의 로망일 수도 있고, 30대 이상의 기혼여성이라면 특히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남성 관객이 보기에는 글쎄... 얼마나 몰입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흔히 한국영화를 보고 ‘식상하다’, ‘그나물에그밥이다’ 뭐 이런 표현들을 하는 분들도 계신데, 할리우드 영화도 딱히 새로울 건 없다.. 이런 생각이 들 만합니다.
다만 그래도 가을이라는 계절에 잘 어울리고, 무엇보다 남녀가 다정히, 적당히 심각하게 볼만한 영화가 이번 주에는 이 작품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소개해 드렸습니다.
박)네, 오늘 소개해주신 두 편의 영화, 모두 생각보다는 진지한 영화군요. 뮤지컬도 소개해주시죠.
홍)네, 두 편의 뮤지컬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김훈 작가의 동명소설을 무대로 옮긴 뮤지컬 ‘남한산성’입니다.
」뮤지컬 '남한산성'은 청나라의 침략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피신해 있던 46일간의 실제 역사를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인데요.
지난해 초연 이후 다시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역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물 구조를 바꿨고, 가사도 새롭게 각색됐습니다.
훨씬 쉽고 재미있어졌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인데요. 초연 때 배우들이 거의 그대로 등장하고, 여기에 최근 모 예능프로그램 합창대회 편에서 얼굴을 알린 최재림 씨가 조국을 배반한 역관 정명수 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다음은 두 말이 필요없는 뮤지컬 ‘맘마미아’입니다.
」지난 달 10일부터는 대전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바로 이번 일요일까지입니다. 최정원, 남경주, 전수경, 이경미 등 빵빵한 출연진, 주옥같은 아바의 넘버송들....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공연입니다. 대전 사시는 분들 중에 아직 못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꼭 챙겨볼만하고요. 보신 분들도 언제 봐도 재미있는 공연입니다.
박)주목할 만한 클래식 공연도 있다면서요?
홍)「아무래도 가을과 클래식, 잘 어울리는 조합이지 않습니까? 두 개의 공연 준비해왔는데요.
먼저 두 말이 필요없는 아티스트죠. 유키 구라모토의 공연이 있습니다.
」국내에 유난히 많은 팬을 확보한 뉴에이지 피아니스트인데요. 이번 공연의 부제는 시(포엠)입니다. 대표곡인 레이크 루이즈, 에머랄드 레이크 등 주옥같은 레퍼토리와 함께 지난 5월 발표한 앨범 ‘피아노 포엠’ 수록곡도 연주합니다. 30인조 디토 체임버오케스트라와의 협연도 색다른 흥밋거리인데요. 어쨌든 놓칠 수 없는 공연입니다.
「바로 이번 주말은 아니지만 다음 주 목요일 열리는 서울시향의 말러 연주회도 꼭 기억해둘만 합니다. 」서울시향은 이미 첫 공연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우리나라 음악계에 말러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소아마비 장애를 딛고 일어선 흑인 지휘자 제임스 드프리스트의 지휘로 말러 교향곡 10번을 연주합니다.
말러의 교향곡 10번은 1악장만 관현악 총보가 남아 있고 나머지 악장은 스케치만 전해지는데요. 이번에 연주될 곳은 데릭 쿠크의 마지막 판본으로, 이 공연은 말러 교향곡 10번 완성판의 한국 초연이기도 합니다.
박)신나는 대중가수 콘서트는 없나요?
홍)「요즘 신곡 '결혼까지 생각했어'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가수죠. 알엔비에 발라드, 댄스까지 못하는 장르가 없는 가수이기도 한데요.
」가수 휘성이 모레 일요일 대전에서 콘서트를 합니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가수답게 레퍼토리가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고요, 무엇보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무대매너를 즐길 수 있습니다.
대전 사시는 팬들은 꼭 챙겨볼만한 공연입니다.
박)선선하니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인데, 어디 가볼만한 곳도 추천해주신다면서요?
홍)네, 먼저 자녀들과 함께 나들이 삼아 다녀오기 좋은 곳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거진 수풀과 귀여운 곰이 어울려 있는 곳이 있습니다. 충남 연기군에 위치한 베어트리파크라는 곳인데요.
」무려 150마리의 곰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수목원입니다. 9월 10일부터는 '테디 베어 전시회'가 볼거리를 더합니다. 신윤복의 '미인도'를 테마로 한 인형부터 북극곰이나 팬더 등 색다른 곰 인형 80점을 구경할 수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테디베어라고 하면 특정 브랜드 인형을 떠올리지만 여기서 말하는 테디 베어는 손으로 직접 만든 곰인형을 뜻합니다. 실제 곰이 사는 곳에서 보는 곰인형인 만큼 감회도 새로울 것 같고 특히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전북 임실에 위치한 천담마을도 추천해드립니다.
」관광공사의 9월 가볼만한 곳에도 선정된 곳인데요. 흔히 구담천담마을이라고도 합니다.
활처럼 휘어 흐르고 못처럼 깊은 소가 많아고 해서 천담. 강줄기에 아홉 곳의 소가 있다고 해서 구담이라는데요.
제대로 된 길이 불과 몇 년 전에 생겼을 만큼 인간의 때가 덜 묻은 곳입니다.
잔잔한 물소리 들으면서 휴식을 취하셔도 좋고, 인근에 있는 치즈마을을 들르면 아이들의 체험교육에도 좋을 듯 합니다.
임실 치즈마을에서는 이장이 직접 운전하는 경운기를 타고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고 치즈를 만들고 그 치즈로 피자를 만들어 먹는 맛이 쏠쏠하다고 합니다.
박)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볼거리 외에 가볼만한 곳 소개까지 너무나 풍성하고 엉덩이가 들썩이는 소식들이네요.
다음 시간에는 더욱 풍성한 소식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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